<기억을 잃어버린 때>는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린 세키네 히로시라는 남자의 이야기이다. 찰나의 기억만이 허락된 세키네는 아들이 몇 학년인지, 방금 아내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자신을 찍으러 온 다큐멘터리 스태프가 누구인지 기억하지 못한다. 일본의 건강보험 체제와 관료주의적 관행에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는 영화는 고레에다의 픽션 드라마에서 발견되는 기억과 실존이라는 주제를 전면화하고 있다. 고레에다는 이 영화를 찍으면서 세키네 씨 가족과 가까워졌지만, 대상과의 친밀성이 삶에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고민에 빠졌다. 그는 촬영을 진행한 2년 동안 ‘기억’에 대한 생각이 변화했다고 고백한다. 인간은 누구나 기억을 잃지만 소실된 기억은 영원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한 사람의 기억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타인과 공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 머리 속에서 기억이 사라진다고 해도 주변인들에게 흔적처럼 남아있다는 것, 고레에다는 <원더풀 라이프>에서 이와 같은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2014년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_장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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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_장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