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루냐 지역 고속도로 옆에 정글을 만드는 가렐이라는 남자에 관한 이야기이다. ‘아르헬라게르’의 타잔으로 불리는 가렐은 무려 45년 동안 정글을 만들고 없앴다가 다시 만들기를 반복해왔다. 나무와 흙, 물을 이용해 집과 폭포, 아름다운 미로를 창조해내는 그의 능력은 신묘하기 그지없다. 어드벤처 영화의 세트처럼 보이는 가렐의 숲은 엄연한 ‘현실’이다. 장구한 노동의 시간을 견디는 동안 가렐은 동네 소년과 함께 ‘타잔 영화’를 찍기도 한다. 이 괴짜 사내의 정체, 창조의 동기는 무엇인가? 진의를 짐작하기 힘든 가렐의 행위에 단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멈추지 않는 것’이다. 정글이 있던 자리에 도로가 나면 그것을 태우고 다른 곳에 또 다른 정글을 만든다. 영화는 이 믿을 수 없는 정글의 창조자에 대한 기록필름과 그가 찍은 타잔 영화, 그리고 그의 현재를 담은 장면들로 구성되었다. 호르디 모라토의 이 매력적인 데뷔작은 수수께끼와 같은 가렐의 삶에 대해 의문부호를 붙이는 동시에 의미가 없어 보이는 일의 아름다움을 전해준다. (장병원)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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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