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은 패션 디자이너로 일가를 이룬 패션계의 저명인사 아네스 베의 처녀 연출작이다. 실업자인 친부에게 성적으로 학대당하는 열한 살 소녀 셀린은 학교 캠핑 중 대열을 이탈해 외로운 중년 남자 피터의 트럭에 숨어든다. 이때부터 온몸에 문신을 새긴 우락부락한 트럭 운전수와 유년의 트라우마를 내면화한 소녀의 여행이 시작된다. 두 사람의 두서없는 행로는 아름다운 풍경과 상상적인 이미지의 파노라마 속에서 펼쳐진다. 패션 디자이너의 영화답게 <내 이름은...>은 이미지를 디자인하는 감성에서 발군의 자질을 증명한다. 10대 소녀의 흔한 성장 스토리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시적인 이미지와 음악, 마술적인 상상력이다. 유사 부녀-관계로 설정된 두 여행자는 길 위에서 떠돌이 이탈리아인과 어울리거나 동양인 행위 예술가 커플을 만나기도 하고, 동행을 청하는 청년을 태우면서 인생의 참의미를 배운다. 사진과 회화, 디자인, 영화의 요소를 유려하게 혼용하면서 존 카사베츠로부터 취한 영감을 느끼게 하는 로드무비이다. (장병원)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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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