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이 폭격기에서 투하돼 땅에 도달하기까지의 찰나는 미래에도 과거에도 속하지 않는다." <활주로 - 모더니즘의 도피>는 헤인즈 에미히홀츠의 '모더니즘의 도피' 연작의 세 번째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모더니즘의 시발점을 제2차 세계대전에서 찾는다. 감독은 폐허 위에서 일어난 전 세계 유명 건축가들의 작품들을 방문하지만 '건축학도를 위한 성지순례' 이상의 미학적 실험과 시사점들을 제시한다. 원근감과 스케일의 왜곡을 통해 구조의 골계미를, 빛과 그림자를 통해 외장재의 물성을 오롯이 담아낸 빼어난 영상에는 놀라울 정도로'인간'이 등장하지 않는다. 감독은 텅 빈 건축물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고, 특정 시간대나 악천후 속에서 도시의 민낯 드러내며 그 시간을 관통해온 인간의 초상을 역설하고 개발논리에 함몰된 모더니즘 신화를 해체한다. 박제된 도시문화를 하나의 유기체로 소환하는 건축물의, 골목의, 스카이라인의 몽타주는 인류 유산의 위대함 그리고 연약함을 동시에 증명한다. (박홍식)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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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