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위의 사람들>은 현대 알제리 영화계에서 가장 중요한 감독으로 꼽히는 메르작 알루아슈가 연출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무슬림의 세계에서 가장 신성시되는 기도 기간 동안 알제리 수도 알제를 배경으로 같은 구역에 사는 사람들의 사연을 교직해내는 다성적 라인의 드라마이다. 건달과 홈리스, 알콜중독자, 지하드 전사, 매 맞는 아내 등으로 다채로운 인물들이 이러저러한 이유로 옥상에 모인다. 하늘(신)과 가장 가까운 장소라 할 수 있는 옥상에서 미움, 폭력, 원한, 질투가 싹트는 과정은 ‘아랍의 보석’이라고 불리는 알제리 사회의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느슨하게 연결된 것 같은 단편들을 엮어내는 플롯은 구성적인 긴장을 가지고 있다. 복수의 인물이 교차되는 복합 서사의 장기를 십분 활용하면서 알루아슈는 이 작은 공동체에 흡반처럼 달라붙은 첨예한 계급, 종교, 젠더의 갈등을 조금씩 드러낸다. 사방이 요동치는 것 같은 핸드헬드와 도시 전경을 시각화한 아름다운 파노라마 쇼트가 공존하는 비주얼 이미지의 밸런스도 탁월하다. (장병원)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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