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에 사람들이 모여 든다. 캘커타에서 온 작가, 전역한 군인 그리고 카페를 운영하는 음악가가 서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바깥은 점점 더 추워지고, 대화는 점점 더 격렬해진다. 람 라메쉬 샤르마 감독은 세 인물의 대화를 통해서 그들 사이의 긴장감과 미묘함의 공기를 잡아낸다. 때로는 세익스피어의 대사처럼 리듬을 타기도 하고, 때로는 철학적인 논쟁을 던지는 이 영화에는 미묘한 시선의 자리가 있다. 인물들의 대화 사이로 카메라의 자리를 암시하면서, 그들은 또 다른 영역을 염두하며 말을 주고 받는다. 다소 선정적인 제목과는 달리 <처녀논쟁>은 연극의 무대처럼 보이는 다양한 화술의 영화이다. 한정된 공간을 오고 가며 들락거리는 상황은 카메라의 기교 보다는 배우들의 캐릭터 연기를 통해 빛을 발한다. 모든 것을 듣고 기록하는 카메라맨이다. 그는 침묵을 유지한 채 침묵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존재다. 그것은 이들의 여러 주제를 산문적인 차원에서 시적인 것으로 끌어올린다. 람 라메쉬 샤르마 감독은 연극적인 구도와 화면을 길게 반복하면서, 그 가운데 진실과 거짓말을 둘러싼 긴장감들을 구현해 낸다. 영화의 시작을 보면 인도의 배우인 찬드라스 티와리를 추모한다는 메시지가 있다. 이 영화를 마지막으로 34세의 나이로 타계하였다.
(2014년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_이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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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_이상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