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누에바 아슬라'는 1926년 쿠바 아바나에 지어진 건물로 당시에는 명성이 자자했으나 지금은 폐허로 변한 공간이다. <호텔 누에바 이슬라>는 화려한 과거를 뒤로 한 채 지금은 변방으로 밀려나 홈리스 하층민들에게 쉼터를 제공하는, 호텔 누에바의 마지막 거주자들을 찍는다. 아무도 돌보지 않는 호텔 누에바의 터줏대감은 호르헤이다. 깡마른 체구의 호르헤는 호텔 바닥이나 벽을 깨고, 파괴된 건물 잔해를 수습하거나, 고장난 조명을 수리하는데 열심을 다한다. 무거운 바위를 하염없이 끌어올리는 시지프스의 노동처럼 허물어져 가는 호텔의 수명을 연장하려는 노인의 안간힘은 세속의 기준으로 보자면 무의미하다. 영화롭던 과거로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자각이 팽배해지면서 주변 사람들은 하나둘 호텔을 떠나지만 떠나는 자들의 충고에도 아랑곳없이 호르헤는 키우던 개와 함께 호텔에 남는다. 호텔 누에바는 이 영화의 유일한 촬영장소인 동시에 하나의 캐릭터처럼 묘사된다. 공동 감독으로 이름을 올린 하비에르 라브라도르의 카메라는 폐허의 호텔 내부에 아름답고 신비로운 영기(靈氣)를 불어넣는다.
연출을 맡은 이레네 구띠에레스는 다큐멘터리와 픽션의 경계를 서성이면서, 영화를 찍는 과정 자체에 의해 영화가 성립되는 경험을 제공한다. 세상 사람들이 무가치하다고 청산해버리려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게 해주는 이 시적인 영화는 2013년 세상을 떠난 호르헤에게 헌정되었다.
(2014년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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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을 맡은 이레네 구띠에레스는 다큐멘터리와 픽션의 경계를 서성이면서, 영화를 찍는 과정 자체에 의해 영화가 성립되는 경험을 제공한다. 세상 사람들이 무가치하다고 청산해버리려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게 해주는 이 시적인 영화는 2013년 세상을 떠난 호르헤에게 헌정되었다.
(2014년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