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해안은 로마 제국 시대에 세상의 끝으로 간주되었던, 스페인 남서부 갈리시아의 지역 이름이다. 이곳에 ‘죽음의 해안’이라는 드라마틱한 작명이 붙은 것은 역사적으로 암초, 안개, 폭풍에 의해 무수한 표류와 난파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죽음의 해안>은 갈리시아 해안에 거주하는 사람들, 고목을 베는 벌목공들, 집채만한 파도에 대항하는 어부들, 바위에 매달린 낚시꾼들, 뻘에 나가 조개를 캐는 아낙들을 멀리 떨어진 시선으로 끈질기게 응시한다. 생존을 위한 인간의 활동보다 자연의 거대함에 초점을 맞추려는 듯 카메라는 롱테이크, 롱 쇼트의 원칙을 철저하게 고수한다. 하나의 점이나 개미처럼 보이는 인간에 비해 바람, 바다, 불, 파도, 바위, 산은 생생한 캐릭터처럼 묘사된다. 시종일관 익스트림 롱 쇼트로 보이는 풍경, 이미지와 사운드의 비동시성, 전통적인 다큐멘터리의 작법을 위배하는 형식은 충격적인 체험을 안긴다. 인간과 역사, 신화, 전설이 풍경의 미스터리라는 시네마틱한 표현의 절경으로 통합되는 작품이다.
(2014년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_장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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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_장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