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아내를 오랜 병에서 놓아준 후 남자는 구원을 찾아 루마니아의 황무지로 떠난다. 짐승 같이 살아가며 일종의 광기에 접어든 그는 자신의 과거에 의해 사로잡힌다. 결국 그 과거는 그를 완전히 잠식하기에 이른다. <표류>는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후 인생이라는 망망대해에서 나침반을 잃고 헤매는 남자의 처절한 표류기이다. 과거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영화가 진행되면서 차츰 드러난다. 현재에서 남자는 집을 떠나 노숙자를 자처하고, 카메라는 그의 정처 없는 발길과 극단적인 몸부림을 불안하게 따라간다. 동시에 한 경찰은 무슨 철학자인양 개에 대한 썰을 푼다. 그래서 개는 자연스레 남자와 연결된다. 산을 떠나 인간에 의해 길들여진 이래 더 이상 돌아갈 곳이 없어진 길거리 개처럼 남자는 이 세상에서 더 이상 자신의 자리를 찾을 수 없다. 아니, 이 세상은 더 이상 그가 있을 곳이 못 된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고통과 슬픔을 주체할 수 없어 육신을 마구 팽개치는 모습은 기이하게도 이 영화를 처절하게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로 승화시킨다.
(이수원_2013년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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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원_2013년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