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각시’의 일본판 버전. 하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는 아니다. 아키라 이케다의 이 기묘한 이야기는 미소를 자아내게 하는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시골의 조그만 클립공장에서 일하는 코구레는 아파트에서 혼자 산다. 어느 날, 아파트에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여자가 나타나 같이 살게 된다. 그리고, 며칠 후에는 그녀의 아버지까지 나타나 함께 산다. 영화는 코구레가 공장과 식당, 그리고 아파트를 오가는 ‘반복’과 ‘변주’ 속에 진행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인과의 이야기도 동일한 패턴으로 진행된다. 이것은, 마치 무성영화 시절 슬랩스틱 코미디의 느린 버전을 보는 듯 하다. 등장인물들의 무표정한 얼굴 역시 무성영화 시절의 연기를 패러디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때문에, 코구레를 둘러 싼 주변은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공간과도 같은 기묘한 세계이다. 현실과 비현실, 우화를 우스꽝스럽게 뒤틀어 버린 이 작품은 목받침대를 떼는 코구레의 모습으로 마무리한다. 그것은 코구레가 꿈에서 막 깨어나 현실을 마주하는 것처럼 보인다.
(김지석_2013년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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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석_2013년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