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여섯 개의 쇼트로 이루어진 <36>으로 뉴커런츠를 수상한 나와폰 탐롱라타나릿 감독은 또 한 번 친숙한 이야기를 낯설게 보여주는 방식을 선택한다. 고등학교 졸업을 몇 달 앞둔 마리에게 일상의 조그만 사건들이 일어난다. 그녀에게 남자 친구가 생기는가 하면, 중국제 핸드폰이 터져 사고가 나기도 하고, 절친한 친구와 미묘한 감정의 변화가 일어나기도 한다. 그녀의 일상은 얼핏 보기에 평범해 보이지만 관객들에게는 미묘하게 복잡하게 전달된다. 왜냐하면, 화면 위로 그녀가 쓴 트윗의 문장들이 함께 전달되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낯설고 특별한 점은 마리가 쓴 410개의 트윗을 따라 마치 일기처럼 문장의 단락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것은 트윗의 글과 현실이 다른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 마리는 친구에게 괜찮다고 말했지만, 트윗의 문장을 통해 그때 ‘괜찮지 않았음’을 전달받기도 한다. 이 영화는 그녀의 트윗 기록과 영화적 재현 사이를 가로지르며, 여고생의 감정과 기억을 생생하게 구성해 낸다. 트윗의 짧은 문장 속에는 꽤 길었던 일상의 감정과 기록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면서, 우리 시대의 기록방식과 재현방식의 간극을 흥미롭게 구현해 낸다.
(이상용_2013년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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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용_2013년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