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아빠와 단둘이 사는 어린 소녀 홍이는 수업이 끝나고 교문 앞에 마중 나온 엄마들을 보며 시무룩하게 귀가하곤 한다. 아빠의 걸음은 홍이에게 너무 느리다. 그러던 어느 날 홍이에게 새친구가 다가오고 모처럼 신나게 뛰어 노는데, 교문 앞에 지팡이를 짚은 아빠가 나타났다. 그리고 홍이는 그만 아빠를 모른 척 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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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수 없었던 것을 보게 될 때, 아이들은 자란다.
리뷰
초등학교에 다니는 꼬마소녀 홍이는 지붕 밑 조그만 집에서 아버지와 단둘이 산다. 시각장애인 아버지는 홍이를 종종 ‘청이’라 부르곤 한다. 전래동화 속 심청과는 달리 홍이는 오히려 아버지에게서 애정 어린 보살핌을 받기만 하면서도 응석과 투정을 부리곤 하는 우리 시대의 평범한 아이일 뿐이다. 영화는 홍이와 아버지의 관계를 담담히 응시하며 일상의 얼굴을 꾸밈없이 드러내 보여준다. 친구들과의 놀이에서 술래가 된 홍이가 문득 아버지의 시선으로 세상을 경험할 때, 이는 또한 우리에게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작은 성찰의 순간을 제공한다. 담백하고 간결한 내용과 형식 속에 고요한 감동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단편영화의 모든 미덕을 갖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2012년 제29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