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컷 런스 딥

컷 런스 딥 Cut Runs Deep

1999 한국 청소년 관람불가

드라마 상영시간 : 110분

개봉일 : 2000-04-22

감독 : 이재한

출연 : 데이비드 맥기니스(JD) 알렉스 매닝(벤) more

  • 네티즌5.00

어긋난 그들의 운명이 마주친다

헝가리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청년 벤은 중국집에서 일하며 지리멸렬한 일상으로부터 비상을 꿈꾸던 어느 날 배달 간 아파트에서 우연히 한인계 갱의 보스 J.D를 만나 조직에 입문한다. 서로의 모습에 깃들인 자신의 꿈과 과거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벤과 J.D. 그러던 어느 날 J.D가 FBI요원을 살해하는 사건이 터지고 머리를 잃은 갱단은 내분을 일으킨다.

백인 같은 외모 때문에 결코 온전한 내부자로 간주되지 못하는 벤은 J.D가 빠진 무리에서 겉돈다. 네오 쿨 누아르를 표방한 이 영화에서 길잃은 청춘의 속살을 깊이 후비는 차가운 칼날은 소외. 미국사회에서도 한인공동체에서도 미운 오리새끼 대접을 받는 주인공들은 꺾여버린 날개 대신 권총을 움켜쥐고, 마틴 스콜세지나 스파이크 리의 거리와는 또다른 냄새의 냉기가 안개처럼 서린 뉴욕 거리를 헤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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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9)


제작 노트
# 1999년에 선보였던 <벌이 날다>, <투 타이어드 투 다이>처럼 바깥에서 본 한국영화. 한국인 어머니와 헝가리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철가방 벤. 그는 한국인 갱단의 전설적인 인물 JD를 만난다. 두 인물의 만남은 미국 갱사회에 피를 부르고, 이때부터 영화는 정체성의 문제와 B급 장르영화의 관습들은 한데 뒤섞인다. 두 인물의 대칭구조도 마찬가지. 결국 두 인물이 맞이하는 비극적인 결말은 한국인이라는 실체의 또다른 양면성이다. 또다른 흥미로운 요소는 결코 섣부르게 한국인을 옹호하지 않는다는 점. 오히려 같은 민족을 조소하는 대목들을 여과없이 보내는 장면들은 치기보다는 냉정함에 가깝다. 그리고 이러한 냉정함은 장르적 재미의 추구를 가능케 한다. 그 어느 때보다 상업적이고, 그 어느 때보다 조소어린 바깥의 시선을 보내는 한국영화다. / 씨네21 221호 특집

#자기에게 친숙한 장소에서 첫발을 떼는 일. 이제 막 시작하는 예술가에게 그것은 언제나 나쁘지 않은 출발의 한 방식이다. 열두살에 태평양을 건너 이국 시민으로 자란 재미동포 이재한 감독(29)은 첫 장편 <컷 런스 딥>을 한국계 뉴욕 청년들의 서글프고 위태로운 청춘 스케치로 완성했다.

두 주인공처럼 <컷 런스 딥>도 "혼혈" 영화다. 한국자본으로 제작됐으나 크레딧에는 한.미 양국의 스탭들이 나란히 올라 있다. 금속성 광택의 화면 밑으로 한국적 감수성이 흐르는가 하면 미국 갱스터영화와 기타노 다케시 스타일의 잔상도 어른댄다. 남은 물음은<컷 런스 딥>의 흉터가 관객의 마음에도 그 통증을 전할 수 있느냐다.

김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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