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닮지 마라, 너는 이길 수 있다
전혀 다른 세계의 두 사람이 ‘링’이라는 세상에서 만났다조폭출신 스승과 엘리트출신 제자의 불꽃 튀는 스파링이 시작된다!
천재적인 복서였지만 올림픽 문턱에서 두 번이나 좌절한 후 폭력조직 가담, 분신자살 시도 등으로
한때 인생에 기권했던 남자 박현성. 분신 후유증으로 장애인이 되었지만 기적적으로 재기해,
지도자로서의 꿈을 이루려고 제2의 복싱인생을 시작한다. 마지막 그의 꿈은 여자최초의 복싱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만드는 것.
박현성 관장의 지도자 변신에 관한 신문기사를 읽고, 운명처럼 그의 체육관을 찾아온 스물여덟 살 여자 박주영.
그녀는 서울대 연구소에서 일하며, 공무원 필기시험에도 합격한 엘리트 우먼이다.
하지만 예정된 미래의 단꿈을 모두 포기하고, 여성 복서로서 링 위에 오르기로 결심하는데...
동영상 (3)
- 제작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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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ologue ]more
링 하면 떠오르는 것이 뭐야?
복서지.
복싱을 위해서 만들어진 링이었거든, 태초에.
그런데 그 링이 지금 어떻게 남용되고 있어?
K1에서 UFC, 레슬링…
그 링의 주인은 말이야, 복싱선수거든
그런데 복싱링이 아닌 그런
쇼 엔터테인먼트적인 무대에 올라가서…
위대한 스타가 없으니까 그래.
그래서 위대한 복서를 만들고 싶은 거야.
나는 내 주먹 인생을 걸고 무조건 만들 거야.
나는 못 만든다고 생각해본 적 없어.
반드시 내 꿈이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해.
아이들 꿈도 이루어지고.
<링> 중에서, 박현성 관장
[ Tip ]
복싱 [ Boxing ]
복싱은 로프로 둘러싸인 사각의 링 위에서 같은 체급의 선수끼리 글러브를 끼고 경기 규칙에 따라 서로를 타격하거나 방어하는 경기다. 경기 시간은 1라운드에 3분이며, 각 라운드가 끝나면 1분간의 휴식이 주어진다. 라운드 횟수는 경우에 따라 다른데, 보통 아마추어 경기는 3라운드로 치러진다(여자는 2분, 4라운드). 프로복싱은 대부분 신인 선수의 경우 4라운드, B급 선수 6라운드, A급 선수 8라운드로 치러진다. 그 밖에 국내 타이틀전은 10라운드, 동양타이틀전은 12라운드를 하게 되며 세계타이틀전은 기구에 따라 12~15라운드로 열린다.
복싱 경기의 체급 구분 역시 아마추어와 프로, 남녀가 다르고 복싱 기구에 따라서도 조금씩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48kg 미만 라이트플라이급, 48kg 이상 51kg 미만 플라이급, 51kg 이상 54kg 미만 밴텀급, 54kg 이상 57kg 미만 페더급, 57kg 이상 60kg 미만 라이트급, 60kg 이상 63.5kg 미만 라이트웰터급, 63.5kg 이상 67kg 미만 웰터급, 67kg 이상 71kg 미만 라이트미들급, 71kg 이상 75kg 미만 미들급, 75kg 이상 81kg 미만 라이트헤비급, 81kg 이상 91kg 미만 헤비급, 91kg 이상 슈퍼헤비급이다. 복싱 경기는 실내와 실외를 가리지 않고 열린다.
스파링 [ Sparring ]
대전 형식의 연습. 글러브를 끼고 연습 상대(스파링 파트너)와 실전적인 공격 방어 기술을 연습하고 체력을 단련하기 위해 한다. 컨디션이나 기술의 정도에 따라 횟수를 고려하지만, 가장 실제 경기에 가까운 형식의 연습 프로그램으로서 중요하다. 경우에 따라선 경기 중 상대와 가격을 주고받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체육학대사전, 2000.2.25, 민중서관
* RET승(기권승), 판정승, RSC승(주심의 경기중단)
[ Hot Issue ]
올여름, 대한민국을 울릴 최고의 감동 실화!
올림픽 여자복싱 국가대표가 되기 위한
1000일간의 불꽃 스파링이 시작된다!!
2009년 8월, 근대 올림픽 1회 대회인 1896년 아테네올림픽부터 올림픽 종목 가운데 유일하게 '금녀(禁女)'의 원칙을 유지하던 복싱이 2012년 런던올림픽에 여자복싱을 정식종목으로 채택했다. 다큐멘터리 <링>은 세계최초 여자복싱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는 꿈을 향해, 전 복싱 국가대표 상비군이자 조폭출신 박현성 관장과 그의 제자들이 함께한 1000일간의 링 위의 이야기를 담은 휴먼 스포츠 다큐멘터리다. 2012년 런던올림픽 여자복싱 국가대표라는 목표를 향한 그들의 아름다운 여정은 100% 리얼 스토리로, 국가대표 타이틀이 얼마나 많은 피와 땀을 쏟아야 얻을 수 있는 결과인지 오롯이 보여주며 실화의 묵직한 감동을 전한다.
최근 몇년간 국내에서 복싱과 관련된 가장 핫한 이름은 누가 뭐래도 이시영이다. 그녀는 2012년 런던올림픽 복싱에서 대한민국에 16년만에 메달을 선사한 한순철 선수, 작년 12월 세계 여자 프로복싱 라이트플라이급 8대 기구 통합 챔피언에 오른 김주희 선수 보다도 대중들에게 복싱의 아이콘으로 회자되고 있다. 연예인이라는 직업, 그것도 여배우라는 특성 탓에 그녀의 복싱 행보가 단연 화제가 된 것이다. 그런 그녀가 올해 4월, 복싱경력 3년만에 무려 여자복싱 국가대표로 선발되며 여자복싱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 또한 집중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자복서의 국가대표 도전기를 그린 다큐멘터리 <링>이 여자복싱에 대한 일반 대중들의 관심을 한층 끌어올리는데 도화선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상에서 높이 1m, 로프 4가닥으로 둘러진 25평방미터의 사각지대 링. 흔히들 세상의 축소판이라고 부르는 사각의 링 위에서 한 경기당 2분씩 4라운드(여자복싱)를 치러야하는 복싱. <링>은 오직 그 8분을 견디기 위해 복서들이 감내하는 지옥 훈련과 실전 스파링을 통해 관객들에게 상상 이상으로 박진감 넘치고, 매력적인 링 위의 세계를 보여주는 영화다. 천재적인 복서였지만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문턱에서 두 번이나 좌절한 후 방황의 길을 걸었던 박현성 관장과 남부러울 것 없는 스펙을 갖고 있지만, 자신의 또 다른 인생에 도전하기 위해 복싱을 택한 스물여덟 살 엘리트우먼 박주영 선수. 전혀 다른 세계의 두 사람이 ‘링’이라는 세상에서 스승과 제자로 만나 과거와 미래를 걸고 링 위에서 격돌하는 영화 <링>. 조폭출신 스승과 엘리트출신 제자의 불꽃 스파링을 다룬 감동 실화 <링>은 7월 25일 개봉해 꿈을 향해 도전하는 뜨거운 삶의 감동을 관객과 나눌 예정이다.
눈앞에서 좌절된 챔피언의 꿈... 다시 전설을 꿈꾼다!
<전설의 주먹> 황정민의 실제 모델 <링>의 박현성 관장
불사조의 마지막 비상이 시작된다!
조폭출신 스승과 엘리트출신 제자의 치열한 링 위의 삶을 담은 휴먼 스포츠 다큐 <링>(The Ring of Life)의 주인공 박현성 관장이 <전설의 주먹>[감독 : 강우석 | 주연: 황정민, 유준상, 이요원, 윤제문] 주인공 임덕규(황정민 분)의 실제 모델로 주목받고 있어 화제다.
<전설의 주먹>은 학창시절 화려한 무용담을 남긴 한때의 ‘전설’들이 맞붙는 TV파이트 쇼 ‘전설의 주먹’에서 만난 세 친구의 가슴 뜨거운 대결을 다룬 액션 드라마다. 복싱 챔피언의 꿈이 눈앞에서 좌절된 뒤 지금은 홀로 딸을 키우는 국숫집 사장 임덕규(황정민 분), 카리스마 하나로 일대를 평정했지만 지금을 출세를 위해 자존심을 접은 이상훈(유준상 분), 언제나 일등을 꿈꿔왔지만 삼류 건달인 신재석(윤제문 분)이 바로 그 세 친구. 그 중 황정민이 분한 전직 복서 임덕규의 실제 모델이 <링>의 주인공 박현성 관장이라는 관심이 모아지며 ‘불사조 복싱 코치’로 불리는 박현성 관장의 인생 역정이 주목 받고 있다. <전설의 주먹>에서 임덕규는 고교생 복싱 유망주지만, 88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상대 선수에게 석연찮은 판정패를 당한 후 방황의 길을 걷게 되는 인물로 그려졌다. 바로 여기에 등장하는 88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 이야기는 픽션이 아니라 실화다. 그때 실제 판정패를 당한 선수가 바로 <링>의 주인공인 박현성 관장이었다. 86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2위로 고배를 마셨던 박현성 관장은 88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의 석연찮은 판정패에 좌절해 폭력조직 가담, 분신자살 시도 등으로 한때 인생 나락의 길을 걸었던 인물이다. 하지만 아내의 극진한 보살핌과 가족의 사랑으로 재기해 복싱 지도자로의 제2의 복싱인생을 시작한다. 특히 박현성 관장은 분신 후유증으로 1급 장애인이 되었지만, 27차례의 수술과 불굴의 의지로 장애를 극복하고, 마흔의 나이에 이종격투기 선수로 재기하며 ‘불사조’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불사조’ 박현성 관장은 자신이 못다 이룬 올림픽 국가대표라는 꿈을 넘어 세계최초의 여자복싱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만들고자, 마지막 비상을 준비한다. <링>이 바로 그의 마지막 비상을 그린 영화다. 박현성 관장의 인생 역정은 다양한 TV프로그램과 방송 다큐멘터리, 언론기사 등으로 널리 알려졌으며, 지난 2006년에는 스포츠투데이 기자출신 저자 유병철의 [소설 박현성-불사조라 불린 사나이](MSD미디어)로 출간되기도 했다. <전설의 주먹>보다 더 ‘전설 같은 주먹의 이야기’,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화를 통해 링 위에서 뜨겁게 투혼을 불사르는 스승과 제자의 모습을 감동적으로 담아낸 휴먼 스포츠 다큐 <링>은 오는 7월 25일 개봉해 대한민국을 울릴 예정이다.
[ About Movie ]
링은 세상이고, 그 세상의 중심은 나다!
스승은 과거를 걸었고, 제자는 미래를 걸었다
한때 복싱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스포츠였고, 그 어떤 스포츠보다 위대한 영웅들을 탄생시켰으며, 그들의 드라마틱한 인생역정은 끊임없이 영화로 만들어져 관객들의 심금을 울렸다. 특히 국내에서 프로복싱은 80년대~90년대 초반까지 야구, 축구를 훨씬 뛰어 넘는 국민 스포츠였다. 4전5기의 신화 홍수환, 전 WBC 라이트 플라이급 챔피언으로 ‘20세기 위대한 복서 25인’, ‘국제 복싱 명예의 전당’ 헌액된 한국 복싱 중흥기를 이끈 장정구와 18차 방어전 최다 방어전 기록의 사나이 유명우까지 이들은 모두 한국 복싱계의 빛나는 아이콘이었다. 또한 84년 LA올림픽에서 대한민국에 최초의 복싱 금메달을 선사한 신준섭, 88년 서울올림픽의 김광선, 박시헌 선수는 국민영웅이었다.
그렇게 지난 시절 헝그리 정신 하나로 링을 호령하던 복싱 스타들이 사라진 지금 우리나라의 복싱은 엔터테인먼트적인 관점에서 점점 도태되고, 격투기와 또 다른 스포츠들의 인기에 가려져 프로, 아마추어 할 것 없이 위상이 추락했다. <링>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각의 링이라는 냉혹한 세상 위에서 꿈과 열정을 다해 링 위의 삶에 도전하는 복서들을 담은 영화다. 그 링 위에는 불사조라 불리는 사나이 박현성 관장과 그가 지도자 인생 마지막을 걸고 키우고 있는 3명의 여자 복서들이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천재적인 재능을 지녔지만,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에서 두 번이나 좌절했던 비운의 복서, 그리하여 스파링 파트너로서 2인자의 설움을 너무 일찍 깨달아 버린 패배자 박현성 관장은 자신이 못다 이룬 꿈을 제자들의 성공으로 보상 받고자 한다. 마침 2009년 여자복싱이 2012년 런던올림픽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되고, 박현성 관장은 올림픽 국가대표라는 목표에 올인한다. 진정한 링 위의 위대한 스타를 만들려는 박현성 관장의 곁에 끝까지 남은 엘리트출신 박주영 선수. 그녀는 세상이 원하는 방식이 아닌 자신만의 방법으로 삶의 길을 찾기 위해 스승과 함께 링 위에 오른다. 스승은 과거를, 제자는 미래를 걸고 말이다.
런던올림픽 최종선발전이 모두 끝나고, 박현성 관장은 박주영 선수가 건네었던 “상상이 없는 것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라는 말을 떠올린다. 그리고 3년간 동고동락했던 제자들을 향해 나즈막한 고백을 뱉어낸다. “내 기술을 다 가져간 너희들이 내 과거를 바꿔줄 줄 알았다”라고. 패배했던 과거의 시간에 매달려 지금을, 아니 미래의 꿈을 내다보지 못했다고. 제자들에게 자신을 죽이고서라도 이기라고 고함쳤던 박현성 관장은 마침내 그의 제자들은 링의 노예가 되지 말 것을 당부한다. 세상의 중심에서 진정한 자신의 주인이 되라며 행운을 빈다. 모든 게 변하지만, 유일하게 변치 않은 링과 세상의 규칙 속에서도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잃지 말라는 마지막 전언으로 우리 모두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링>은 세상의 모든 도전과 실패의 삶을 응원하는 헌사와도 같은 영화다.
[ Production Note ]
제작일정
2010년 3월 프리프로덕션
2010년 5월 ~ 2012년 7월 프로덕션
2012년 7월 ~ 2013년 6월 포스트프로덕션
제작일지
# 2010년 1월, 팀 피닉스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여자복싱팀의 박현성 관장과 박주영, 이혜미 선수를 처음 만났다. 한 주류회사에서 자신만의 꿈과 비전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해 모인 자리였다. 나는 영화감독이라는 꿈을 가지고 도전하고 있었고, 팀 피닉스는 3년 뒤에 있을 2012 런던 올림픽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 만난 박현성 관장의 첫인상은 굉장히 강렬했다. 얼굴을 뒤덮은 흉터자국과 으리으리한 체격은 척 한눈에 봐도 보통 인물이 아니었다. 민간인이 아닌 우리와 다른 세계의 사람... 그런 느낌이었다.
# 2010년 2월, 팀 피닉스를 다시 만났다. 역시 주류 회사 일정에 따른 모임이었는데 그래도 구면이라고 관장님과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박현성 관장은 타인에게 굉장히 정중했다. 본인의 그런 인상을 아는지 더욱 각별히 신경써서 대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굉장히 깊은 성찰이 느껴졌다. 분신자살, 폭력배 생활, 국가대표 상비군 시절까지 극단적인 삶의 경험이 그를 특유의 아우라로 감싸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더욱 관심이 간 것은 그의 옆에 늘 따라다니는 제자 두 명이었다. 박주영과 이혜미 선수다. 선수는 늘 코치와 먹고 자고 해야되는데 어떻게 박현성 관장과 같은 아우라를 가진 분 밑에서 1년 365일 같이 생활을 지속할 수 있을까. 그런 의문이 들었다. 특히 박주영 선수같은 경우는 언뜻 보아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호리호리한 체격에 공부만 했을 것 같은 안경잡이 인상. 물어보니 실제로도 공부만 하고 살았다고 한다. 더욱이 그 당시 박주영 선수는 서울대 대학원 아시아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었고, 7급 국가 공무원 필기 시험에 통과하여 면접만 남겨둔 상태였다. 그런데 그런 안정된 삶을 포기하고 밑도 끝도 없이 복싱 선수가 되겠다니. 나와 같은 이십대 후반이라 선수로 큰 꿈을 갖기에도 너무 많은 나이인데. 그녀는 왜 이런 선택을 한 것일까? 팀 피닉스를 알면 알수록 관장님보다 그녀가 점점 더 궁금해졌다. 그렇게 박현성 관장과 선수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친해져 체육관에 초대받기에 이르었다.
# 2010년 3월, 영등포에 있는 21세기 복싱 체육관을 찾아갔다. 박현성 관장이 이런 제안을 했다. “자네의 꿈이 영화감독이고 우리의 꿈은 올림픽이니 자네가 우리 이야기를 찍어서 영화로 만들어 볼 생각은 없는가? 우리도 최선을 다해볼 것이고 자네도 최선을 다할 것이니 지금은 비록 둘 다 보잘 것 없지만 서로를 믿고 한번 끝까지 가서 함께 꿈을 이뤄보는 것도 가능하지 않겠는가?” 생각지도 못한 박관장의 제안에 얼떨떨하긴 했지만 그는 매우 진지했고 나 또한 그들이 요즘 보기 드문 사람들이었기에 ‘해볼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실패한다 그래도 이 사람들의 열정과 특수성은 그 기록만으로 가치가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의기투합했다.
# 2010년 4월, EBS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시나리오를 공모한다는 공지가 등록되었다. 우리 팀은 이에 올인했다. 당선작은 방송진흥재단으로부터 3000만원의 제작비를 지원받을 수 있었다. 우리는 팀 피닉스의 소재를 가지고 이 공모의 틀에 맞추어 준비하였다. 필요한 것은 시나리오와 시놉시스 그리고 트레일러였다.
# 2010년 5월, 첫 촬영에 돌입하였다. 실제 훈련은 처음 보았는데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그 훈련의 강도였다. 박주영 선수가 박현성 관장을 찾은 이유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스파르타식으로 가르친다는 소문이 있어서 였다”고 말했던 이유가 새삼 실감이 났다. 욕은 기본이요, 살과 살이 맞닿는 운동이니 훈련 과정도 진지할 수밖에 없었다. ‘아 내가 정말 독하게 마음먹지 않으면 안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상적인 연민과 도덕관념을 가진 사람이라면 촬영하는 것 조차 참기가 버거웠다. 투기 종목은 인간적일 수가 없다. 아마추어 스포츠 정신... 올림픽이라고 할지라도 투기 종목이란 것은 기본적으로 사람이 사람을 때리는 운동이다. 사람이 사람을 패는데 어떻게 인간적일 수가 있겠는가? 이에 자비나 인간적인 것을 찾는다면 그대로 안면을 얻어맞고 링에 쓰러지는 것이다.
# 2010년 6월, 경기도 포천에서 제 8회 복싱연맹회장배 전국여자복싱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에는 팀 피닉스 선수 4명이 출전하였다. 복싱 경기 촬영은 처음이기에 우리는 만반의 준비를 했다. 역동적인 촬영을 위해 스테디 캠을 두 개 준비했고, 재촬영을 할 수 있는 장르가 아니기에 한순간도 놓치지 않기 위해 5대의 카메라로 사방에서 링을 에워쌓다. 더욱이 근접촬영은 선수들에게 방해가 될뿐아니라 대회 규정에도 어긋나기 때문에 카메라 두 대는 관중석에서 조류 사진 촬영용 렌즈를 빌려 근접촬영을 위해 1000mm에 이르는 초 망원으로 구축해놓았다.
# 소속 선수들이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었는데 문제가 되는 것은 졌을 때였다. 중요한 시합에서 져서 울고 있는 선수들 앞에서 카메라를 들이대며 찍고 있는 것은 정말 실례되는 일이었다. 그 역시 가능하면 먼 거리에서 망원으로 대체하려고 했으나 선수들이 락커와 트랙 경기장 등으로 항상 이동하기에 고정된 망원 카메라로는 그것이 언제나 가능한 대안이 될 수 없었다. 더욱이 박현성 관장이 워낙 엄했기에 우리 촬영팀은 혹여 패배한 시합 뒤에는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 않을까 손을 부들부들 떨며 녹화버튼을 눌러야만 했다. 하지만 내가 실제 본 박현성 관장은 생각보다 훨씬 더 경기결과에 연연하지 않았지만 간혹 크게 화를 낼 때가 있었다. 그것은 선수들이 실력 발휘를 제대로 못했거나 이기더라도 정말 형편없는 움직임으로 이겼다거나 할 때이다. 이럴 때는 정말 눈치껏 해야 한다. 촬영 스탭 중 한명은 그게 모자라서 한번은 크게 혼쭐이 나 도망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 과정을 견디며 담담하고 진솔하게 일어나는 일들을 카메라에 담으려 노력했다. 경기 장면도 물론 중요하지만 경기가 끝난 후의 이야기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늘 실패한다. 성공이라는 것 자체가 소수를 위한 자리이며 그렇기 때문에 방송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모셔서 소개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승리를 만끽하는 법은 배우지 않아도 잘 알지만 정작 패배를 극복하는 법은 잘 모른다. 패배한 후에도 삶은 계속 된다는 것, 그것을 의연하게 극복하고 다시 일어서는 모습. 그리고 승리하였지만 패배한 동료 선수를 위해 결코 웃지 않는 그런 모습들을 담고 또 담았다.
# 2010년 7월, 촬영을 끝내고 트레일러 제작을 위한 편집에 들어갔다. 편집을 진행하면서 영화제에서 사전제작지원을 받든 받지 못하든 자비로라도 올림픽 때까지는 찍어야겠다는 확신이 섰다. 이들의 열정이라면 사람들에게 충분히 소구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하루에 2~3시간씩 잠을 자며 운동을 하는데 무슨 결과를 이루지 못하랴? 관장은 자신의 피와 살을 내주고 가난한 선수들에게 일체의 훈련비도 받지 않으며 다들 코를 높이려 외과를 찾는 시대에 여자 선수들은 안면을 하도 맞아서 초기 촬영본과 후기 촬영본을 비교하면 있는 코도 내려앉아 얼굴이 점점 망가지는 모습에 마음이 아려왔다.
# 2010년 8월, 그들의 이야기로 된 트레일러가 완성되었다. 이는 NHK, 알 자지라 방송국 관계자 그리고 다큐멘터리 영화 관계자들 앞에서 발표되었고, 팀 피닉스의 훈련과정과 짠한 스토리는 심사위원들의 마음도 울려 장편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한 지원금을 받는 데 성공했다.
# 2011년 11월 20일, 2012 런던올림픽 여자복싱 국가대표 선발대회 결승전. 비록 많은 이들이 중도에 포기하거나 고배를 마셨지만, 지난 2년간의 고된 훈련이 결실을 맺어 올라온 단 한명의 선수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박주영. 팀 피닉스는 물론이고 촬영팀도 모두 하나 되어서 박주영 선수가 승리하고 꿈을 이루기를 응원했다. 수없이 많은 촬영이 있었지만 이날처럼 긴장된 적은 없었고, 박주영 선수가 펀치를 한 대 맞을 때마다 마치 우리도 같이 얻어맞는 것 같았다.
글_이진혁 감독
[ Epilogue ]
주영아. 나는 너희들이
올림픽에 올인해주기를 바랐다.
주영이 네가 나한테 질문했던 상상
상상이 없는 것은 죽은 것이다? 그래
나는 그런 상상을 많이 했어.
과거에 대한 상상을 많이 했어.
너희들이, 날 닮은 내 기술 다 가져간 너희들이
내 과거를 바꿔줄 줄 알았어.
나는 올림픽 선발전에서 2등했다는 과거를 붙잡고
멈춰버린 시간들을 보냈었지.
너희들만큼은 링의 노예가 되지 말고
하고 싶은 일들, 좋아 하는 일들 찾아서
그 일의 대가가 되길 바란다.
나는 전과자고 나는 장애자고
나는 할 수 있는 일이 극히 적어.
우리 주영이, 민경이, 혜미
너희들이 나약하지 않다는 것.
너희들이 무엇이든 이뤄낼 수 있는
그런 힘을 가졌다는 그런 자부심으로
세상을 살아가길 바란다.
너희들의 안녕과 행운을 기도할게.
사랑했었다.
너희들 전부를…
<링> 중에서, 박현성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