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는 엄마, 오빠와 함께 사는 중학교 졸업반 여학생이다. 철강공장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황량한 도시에서 그녀는 단짝인 프란체스카와 함께 놀러 다니며 소일한다. 공장 노동자인 오빠는 옛사랑과 재회하고 안나는 오빠의 친구와 사랑에 빠진다. 이를 주시하던 프란체스카는 전혀 다른 길로 빠진다. 노동자계급의 십대 소녀들이 겪는 성장통을 소재로 한 <철강>은 그 나이 또래 여성들의 미묘한 심리 변화를 독특한 분위기 속에 담아낸 수작이다. 이성간의 사랑 못지않은 단짝 소녀들의 우정과 남자친구라는 변수의 개입에 따른 그들 관계의 변화는 영화의 전개에 있어서 중심축을 이룬다. 이러한 호기심 많은 십대들의 풋풋한 일상은 공장에서 일하는 것 외에는 미래를 찾아볼 수 없는 지역이 자아내는 음울한 기운을 배경으로 하기에 더 애틋하다. 공간을 담아내는 연출력이 돋보이며, 오빠 알레시오의 충격적인 운명은 희망 없는 삶의 비극으로서 가슴 깊이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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