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BIFF에서 세 번째 장편인 <노벨상 메달 도둑>을 선보였던 수만 고쉬 감독의 네 번째 장편이다. 실화에 기반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재미와 함께 현대 인도사회에 관한 날카로운 통찰력마저 선보였던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번 작품 또한 한 마을에서 벌어진 실화를 기반으로 더할 수 없는 감동 스토리를 이끌어내는 연출 솜씨가 빛을 발한다. 퇴직한 관료쯤으로 보이는 샤말은 어느 날 동네의 가로등이 낮 시간 동안에도 켜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아무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소한 일이지만 이런 전기의 낭비가 나라 전체의 손실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 샤말은 가로등을 끄기 위해 길을 나선다. 손쉽게 해결할 수 있을 듯 했지만 뜻하지 않게 기나긴 여정에 봉착하게 되는 샤말. 관청에서 또 다른 관청으로, 이 담당자에서 저 담당자로 옮겨가는 동안 샤말의 인내심은 한계에 달하지만 포기를 모르는 그는 결국 그들을 설득하는 데 성공한다. “당신 일이나 신경 쓰고 밀린 월세나 걱정하라”고 말하는 부인도 설득시키지 못하는 샤말이지만 그는 결국 해낸다. 사소하지만, 그것은 기적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 만큼의 큰 것으로 현재 이 지역의 모든 가로등의 끄고 켜는 일은 자동화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