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 살고 있는 딸이 고향의 부모님 댁을 방문한다. 그들이 함께 한 유유자적한 나날을 기록한 <시선의 기억>은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자전적인 영화이다. 이 영화에 연출과 각본을 맡은 송팡은 자신의 가족을 카메라 앞에 불러들여 그들과 함께 자기 자신을 연기한다. 서로의 눈을 들여다보며 나누는 따뜻하고 다정한 대화들. 그 속에는 비극이라기엔 뭣한 삶의 일상적 슬픔이 배어있다. 그들의 조근조근한 대화들 사이에 빨래를 걷고 손톱 깎고 낮잠 자고 밥 먹는, 그들의 소소한 일상이 스냅샷처럼 끼어든다. 말하자면 그게 전부인 영화. 아이를 키운다는 것, 가족을 이룬다는 것, 그리고 병들고, 홀로, 죽는다는 것... 이처럼 범 오즈 야스지로적인 주제는 이 영화의 총연출과 프로듀서를 맡은 지아장커의 스타일과 만나 새로운 경지에 이르렀다. 송팡의 금욕적인 카메라는 한 치의 미동도 없으며 그들의 대화를 컷하며 끼어들지 않는다. 여기엔 음악도 자리할 데가 없다. 최소한의 형식으로 담아낸 섬세하고 사려깊은 어느 가족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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