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군도 지역. 군인인 줄리앙은 한 무인도에 홀로 주둔하고 있다. 수도인 마닐라에서는 정변이 일어나고 있지만, 그가 주둔하고 있는 이 섬은 혼란스러운 문명 세계와는 동떨어진, 그야말로 원시적인 자연의 세계이다. 그와 문명세계를 연결해주는 것은 군의 지시를 전달하는 무전기와 라디오, 그리고 텔레비전뿐이다. 외로이 이 섬을 지키고 있는 그는 점차 알 수 없는 낯선 존재가 주위에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점차 현실과 상상의 장벽이 무너지게 된다. 줄리앙이 점차 혼돈의 상태에 빠져서 부대와의 연락을 하지 않게 되면서 다른 두 명의 군인들이 이 섬을 찾는다. 그들은 과거에도 이 섬을 지키던 한 군인이 인어와 조우하고, 그 인어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하면서 결국 미쳐서 자살하고 말았다는 이야기를 한다. 아돌포 알릭스 주이너가 연출한 <칼라얀>은 문명이라는 껍질을 벗겨내고 인간을 대자연과 직면시킴으로써 인간의 고독을 몽환적이고 시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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