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무용지물이 되어버리는 극한의 상황 또한 얼마든지 존재한다. 이 영화의 주인공 차루가 처한 상황이 그러하다. 감독은 뭄바이의 상류층으로 살아가던 한 젊은 여성에게 어느 날 갑자기 닥친 위기 상황을 시작으로 그녀가 사건에 휘말려 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린다. 차루의 집에 일하러 온 일용직 페인트공 남자가 갑자기 쓰러진 후 병원으로 옮기지만 곧 사망한다. 하지만 그의 신상정보는 밝혀지지 않고, 차루는 이 모르는 시체의 신원을 밝혀내기 위해 그의 죽은 얼굴 사진을 아이폰으로 찍은 뒤 거리로 나선다. 카메라는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사람을 찾아 나선 차루가 겪는 곤란을 치밀하게 뒤쫓으며 관객 또한 그녀의 곤란에 동참하도록 유도한다. 무엇이 그녀에게 이 지난한 과정을 포기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는지는 제시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의 예기치 않은 여정을 따라가는 동안 이 여정에 지지를 보내지 않기란 힘들다. 그녀가 찾고 있는 것은 이미 그 남자의 신상 정보 이상의 것, 즉 물질문명의 편리함 속에 잊혀졌던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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