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개한 벛꽃 나무 아래서>는 3.11 대지진의 후과를 다룬 작품이다. 3.11 참사 이후 회생의 기운이 싹트는 작은 공장의 노동자 시오리, 겐지 부부는 아이를 가질 꿈에 부풀어있다. 그러나 후배 다쿠미의 실수로 겐지가 사고사를 당하고, 숙련공 겐지의 부재로 공장에는 주문이 끊어진다. 쇠락해가는 공장을 보며 절망하는 직원들, 홀로 남겨진 시오리는 다쿠미를 원망하지만 용서를 구하며 다가서는 다쿠미와 사랑에 빠진다. 후나하시 아츠시 감독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사랑이라는 익숙한 로맨스 서사 위에 3.11 대지진 이후 일본인들의 열패감과 절망을 투영한다. 성실하게 살면 상응하는 보상을 받는다고 믿었던 평범한 사람들에게 닥친 감당키 힘든 불행, 피해자와 가해자의 이분법 속에서 상실과 죄책에 시달리는 3.11 이후 일본의 무의식을 곳곳에서 읽을 수 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바다의 이미지처럼 인물들의 내면에서 일렁이는 감정적 격랑이 농밀한 심리묘사를 통해 형상화된다. 겨우내 망설이고 기다리다 일거에 만개하는 벚꽃처럼, 겐지의 망령에서 붙잡혀 있던 시오리는 다쿠미를 용서하면서 비로소 활짝 피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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