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장에 따라 달라지는 진실의 모호함을 담은 (라쇼몽)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 70년대 초 뉴질랜드, 반전평화시위대에 섞인 히피 아가씨 바니와 베트남 출전 군인 제프는 운명처럼 마주친다. 그 얼마 뒤 시력을 잃은 바니, 다리부상을 입은 제프는 병원에서 다시 만난다. 서로를 기억하던 둘은 상처를 감싸안으며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 행복한 날들이 이어지던 어느 날 바니는 아기가 없어진 걸 발견하고, 무슨 일인지 제프도 종적을 감춘다. 상심한 채 오랜 세월이 흐른 뒤 바니는 투시력이 있다는 카산드라와 오빠 토니로부터 아기를 찾도록 돕겠다는 제안을 받는다. 20여년 만에 제프와 바니가 재회하고 네 사람은 그날밤의 일과 아기의 행방을 차츰 되짚어간다. 암울한 현재에서 이들의 삶을 바꿔놓을 만큼 뭔가 큰일이 일어난 과거의 밤으로 거듭 돌아가는 동안 네 사람의 서로 다른 시선이 교차한다. 바니는 끔찍한 일을 저질렀을지도 모르고, 카산드라는 그 아기일지도 모른다는 뜻밖의 사실이 스릴러의 형식에 따라 조각조각 드러난다. (베이비)는 TV드라마와 단편을 연출해온 영국 감독 크리스틴 파커의 장편 데뷔작. 드라마와 철학을 전공한 파커는 잡지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며 부업으로 음악을 하던 차 단편영화의 음악을 맡으면서 영화에 발을 들여놓았다. / 씨네21 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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