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아카데미 13기 출신인 박상태 감독의 이 영화는 한 공간에 두 가지 시간대를 겹쳐놓는 방식으로 살면서 잊혀지는 것을 되돌아보게 한다. 한 남자가 시골역에 내린다. 시골길을 걷는 그 남자 앞으로 책가방을 맨 초등학생 둘이 보인다. 아이들은 티없이 맑은 모습을 한 채 갈림길에서 헤어지고 남자는 한 아이가 들어간 그집을 향한다. 집 대문을 들어섰을 때 관객은 남자보다 앞서 집 안으로 들어간 아이가 바로 남자의 어린 시절임을 알게 된다. 이제는 폐허가 된 집 마루에 앉아 남자는 그 시절의 상념에 젖어든다. 감독은 “사회는 속된 욕망을 강요하고 우리는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모른 채 살아간다. 고향으로 돌아온 사람을 통해 현대사회의 한 모습을 그리고자 했다”고 말한다. 어릴 적 학교에서 돌아온 자신을 반겨주던 어머니가 사라진 텅 빈 집에서 어린 시절 뛰놀던 학교를 그려보는 남자의 허무한 눈빛과 잔잔한 음악은 감독의 의도를 충분히 드러낸다.
[씨네21 2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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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20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