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영상원 시나리오과를 졸업한 권용국씨가 지난해 만들어 금관단편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작품.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부문 등 몇 차례 공개상영을 했을 때 “홍상수 영화 같다”는 평을 많이 들었다. 에로비디오 시나리오를 쓰며 살아가는 삼식과 배우를 꿈꾸며 제과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화정이 주인공. 삼식은 동료의 심부름을 갔다가 애인인 화정이 기다리고 있을 자기 집에 전화를 한다. 하지만 전화를 통해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화정이 아니라 웬 낯선 남자. 삼식은 화가 나서 “너 누구냐”고 소리치지만 상대는 오히려 삼식의 부화를 돋우는 말만 한다. 여기서 시점이 바뀐다. 화정은 삼식의 집에 갔다 열쇠가 없어서 열쇠수리공을 부르고 화정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열쇠수리공이 삼식의 전화를 받는다. 엇갈리던 남녀는 화정이 빵을 포장하고 있는 제과점 유리창을 배경으로 앞뒤로 포개진다. 삼식은 제과점 밖에 서 있고 화정은 오디션에서 외울 대사를 되뇌이며 비닐봉지 안에 빵을 넣고 있다. 그들이 어떻게 화해할까? 질문을 뒤로 한 채 영화는 삼류인생의 멜로드라마를 고단한 일상에 대한 스케치로 바뀌놓는다.
[씨네21 2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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