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육>은 리스본 빈민가에 사는 가족의 이야기다. 마약조직의 하수인으로 일하는 아들(혹은 조카),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딸, 식당주인과 사귀는 엄마, 미용실과 바를 오가는 이모, 이들 각자의 일상을 따라가다 보면 얽히고 설킨 가족사의 어두운 윤곽이 그려진다. 카니조는 이 영화에서 꾸준한 관심사인 혈육의 문제에 다시 한번 천착하지만 전작들에 비해 주제를 담는 그릇이 한층 깊어지고 커졌다. 특히 뜻하지 않은 진실의 일부를 끝까지 관객이 채워야 할 몫으로 남기는 것은 전작들과 차별화되는 연출적 선택이다. 문제의식을 극한으로 끌고 가는 치열함과 소외계층을 중심에 놓음으로써 동시대 사회의 치부를 건드리는 리얼리즘적 기질은 여전하다. 초반 긴 호흡의 식사 시퀀스는 감독의 역량을 집결시킨 명장면으로, 비좁은 공간에 모여 앉은 인물들을 다각도로 비추며 스크린 속 공간을 재창조하는 방식은 일품이다. (이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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