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보는 카메룬에서 수면병 프로젝트를 수년간 지휘해온 독일 의사다. 아내와 함께 귀국할 준비를 하며 후임자를 기다린다. 장면이 바뀌어 WHO를 대표하는 흑인 의사 알렉스가 파리에서 공부를 마치고 수면병 프로젝트의 실행현황을 조사하러 도착한다. 그는 담당의사와의 인터뷰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에보와 만난다. <수면병>은 부패에 찌든 아프리카 개발원조의 실상을 폭로하는 수작으로 탈식민시대에 존속하는 식민주의의 잔재를 철저히 까발린다. 서양 의사와 현지 의사의 입장을 각각 대변하는 1, 2부로 나뉜 형식은 영화 말미의 예상치 못한 상황을 돋보이게 하는 뛰어난 선택이다. 프레임의 다양한 연출 및 장애물 사용으로 관객이 관찰자적 시선을 유지하도록 만드는 것도 적절하다. 영화 말미에 수렁에 빠진 듯한 인물의 상황은 독일 베를린파의 기수 울리히 쾰러의 영화를 특징짓는 알 수 없는 마력의 분위기가 여전함을 입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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