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은 하나뿐인 딸 루시의 일생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이제 18세가 되어 대학으로 떠나려는 루시. 감독은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아버지와 딸의 관계, 현대사회에서 부모의 역할, 그리고 곧 공허해질 집이라는 주제를 1인칭 시점으로 유머러스하고 감동적으로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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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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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나가 되고픈 네 살 꼬마가 카메라 앞에서 예쁘게 행동한다. 이 다큐멘터리는 감독이 내레이터가 된 자전적 다큐멘터리다. 감독은 자신의 외딸인 루시의 탄생에서부터 시작하여 그녀 인생에 대한 한 편의 영화를 만들고 싶어한다. 그는 루시가 대학 진학을 위해 집을 떠나기까지 20여 년간 그녀를 카메라에 담는다. 화면에 비친 자신의 얼굴에 즐거워하던 어린아이는 이내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을 표현하는 소녀가 되고 이어 카메라 렌즈를 통해 자신이 왜곡되는 것이 싫어진 자의식 강한 숙녀로 성장한다. 이 작품은 아기에서 숙녀로 커가는 딸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애틋한 감정이 절절히 묻어나는 매우 개인적인 작품이다. 감독은 한 편의 따뜻한 가족 영화를 기대했겠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루시는 태어나면서부터 가정용 캠코더에 익숙한 세대이고 아빠를 카메라에 담기도 하고, 커서 다큐멘터리 감독이 되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하지만 카메라 앞에 자신을 내세울 수 있는 상황이 행복인지는 미지수이다. 20년간 찍은 어마어마한 촬영분을 교차편집, 병행편집, 몽타주 등의 편집미학을 통해 한편의 다큐멘터리로 완성해놓은 감독의 뚝심은 대단하지만 강박적으로 딸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그의 노력이 정당한 것이었는지에 대해서는 그 스스로 의문을 가진다. 그래서 이 작품의 마지막은 방학을 맞아 집으로 돌아온 딸을 보여주지 않는다. 카메라의 개입 없이 얼굴과 얼굴로 마주한 부녀간의 목소리에 행복감이 물씬 묻어난다. (정민아)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