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나르기스라는 이름의 태풍이 미얀마를 강타했다. 사망자만 14만 명이 넘는 참사 앞에 사람들은망연자실하지만, 가족을 잃은 슬픔을 삭힐 시간도 없이 삶은 계속된다. 폐허 속에서 살아갈 방도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 희생자들을 위한 기도를 하는 사람들 사이로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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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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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2일 미얀마, 열세시간 동안 몰아친 태풍 나르기스가 14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240만 명의 삶을 위태롭게 한다. 가족 전체가 살아남은 것만으로 기적이라 할 정도의 처참한 상황이었지만, 이들에게 살아남은 것을 기뻐하거나 잃은 가족을 애도할 틈은 없다. 구호활동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고, 생존자들은 끊임없이 먹을 것, 마실 물, 또 안전한 지붕을 찾아 헤매야 했다. 태풍 당시의 거센 바람소리와 태풍 후의 참혹한 현장이 번갈아 편집되어 생존자들이 들려준 비통한 이야기를 더욱 생생하게 만든다. 자식을 선별해서 구해야 했던 어머니, 발가벗은 시체더미에서 부모를 찾는 꼬마, 사랑하는 딸을 잃고 밤마다 눈물짓는 아버지. 그들은 사람들의 처절한 비명을 들었고 수면을 가득 채운 시체들을 밀쳐내면서 헤엄쳐 나와야 했다. 그리고 아직도 나르기스라는 선명한 악몽의 그늘 속에 살고 있다. 사원이 무너져서 기도를 중단하고 도망가야 했던 승려는 이러한 재난을 겪게 한 신에게 의문을 갖는다. 식량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아 물가는 급상승하고, 수확할 작물도 모두 잃은 사람들은 굶주림에 시달리며 사전에 재난경고를 하지 않은 정부에 분노한다. 회색의 화면에 비춰지는 삶과 죽음, 그 가운데에도 쓰러진 나무 위에서 깔깔거리며 웃는 아이들과 사원에 모여 희생자를 위한 기도를 올리는 마을사람들의 모습이 잔잔하게 우리의 마음을 울린다. (한지원)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