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를 하면서 소원이 이뤄진다는 발상이 흥미로운 영화다. 거대한 고래의 박제를 실은 트럭이 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에 도착하고, 며칠 뒤 고래의 상속녀인 마리아 슈레이더가 나타난다. 그녀는 신부에게 버림받은 신랑과 우연히 정사를 벌이는데, 뜻밖에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정사가 끝나자 신랑의 바람대로 신부가 눈앞에 나타난 것. 마을 사람들은 곧 고래 뱃속에서 그녀와 섹스하면 마음에 품고 있던 소원이 이뤄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언피시)의 이야기는 마치 남성의 성적 판타지를 충족시키려 드는 것 같다. 하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그녀는 단 하나의 소원밖에는 들어줄 수 없지만, 손쉽게 바라던 것을 손에 쥔 마을 사람들의 탐욕은 점점 커져가고 또 적나라해진다. 아내들조차 남편들의 "혼외정사"를 격려하고, 고래를 우상처럼 숭배한다. 하지만 고래가 더이상 소망을 채워줄 수 없다는 걸 알고는 불을 질러 호숫가에 빠뜨린다. 루마니아 출신으로 미국과 오스트리아에서 활동해온 로버트 돈헬름 감독은 인간의 욕망을 환상으로 채워주는 동시에 인간의 탐욕을 발가벗기고 비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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