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벽 하나로 둘러싸인 버려진 마을에 40살의 남자가 홀로 살고 있다. 그는 이름이 없다. 그는 하루 종일 동물처럼 폐허에서 일하고, 밤에는 원시인처럼 동굴에서 잔다. 겨울에는 퇴비를 모으고, 봄에는 씨를 뿌리고, 여름엔 집 지을 돌을 줍고, 가을에는 곡식을 추수한다. 그는 한 마디도 말하지 않는다. 간혹 속으로 웅얼거리고, 간혹 웃음을 터트린다. 날이 가고 달이 가고 해가 가고, 죽을 때까지 그는 동굴에서 폐허에서 들판에서 이렇게 살아간다. 물질적 정신적 빈곤 속에서도 인간으로서 삶의 이유를 찾으며 살아가는 한 남자의 숭고한 이야기.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