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검버섯이 핀 중년 남자 지안니는 아흔이 넘은 어머니가 잠들 때까지 <삼총사>를 읽어준다. 그는 잠자리에 들었다가도 노모가 부르자 군말하지 않고 일어난다. 착한 아들의 감동 드라마를 미리 예상했다면 생각을 바꿔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어머니와 아들과 가족에 관한 이탈리아식 질문을 던지는 벨로키오의 <내 어머니의 미소> 같은 영화도 아니다. 위의 도입부에서 카메라는, 전경의 노모에 초점을 맞추고 뒤의 아들을 다소 흐릿하게 잡으면서 감독의 의도를 명확히 한다. <팔월의 오찬>은 노인들이 중심에 선 드문 영화다. 로마 시민 모두 휴가를 떠난 8월 중순, 어머니에 묶여 지내던 지안니는 관리인과 가정의의 부탁에 따라 세 할머니를 이틀 동안 떠맡는다. 잠자리, 음식, 놀이를 둘러싸고 네 노인은 천진난만함과 뻔뻔함과 고집으로 부산을 떨고, 그들 사이에서 지안니는 손이 열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팔월의 오찬>을 통해 우리는 유효기간이 지난 폐물로 대하던 노인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된다. 잠든 노인의 머리맡에는 ‘여든의 나이에도 훌륭한 파스타를 만드는 걸 기념하는 상패’가 놓여 있다. 노상 카페로 도망간 다른 노인은 집으로 돌아가자는 지안니의 독촉에 “난 스스로 책임질 수 있어, 하고 싶은 걸 즐길 거야”라고 말한다. 그들은 자부심과 희망과 사랑으로 넘치는 선배이며, 그들에게 정말 필요한 건 억지스러운 예의가 아니라 존재의 인정이다. 삶의 긴 여정을 소화한 자들은 모두 존경받을 권리가 있다. 그들에게 지혜를 얻지 못한다면 그건 우리에게 손해이다. 이탈리아인 특유의 낙천성과 자연스러움과 단순함이 큰 기둥인 <팔월의 오찬>은 소박하고 진득한 설득력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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