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하다’는 다소 상반된 의미로 쓰인다. 무료하기 짝이 없다는 뜻도 있고, 깊고 간절하다는 뜻도 있다. 옛 남자친구 상수를 찾아나선 정숙은 그야말로 ‘심심한’ 여자다. 정숙은 상수가 대학 시절 커플이었던 양숙의 집에 머물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냥 궁금해서” 양숙의 집에 무작정 쳐들어간 정숙은 상수를 다시 차지한 양숙과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이지만, 결국 “아무리 노력해도 (상수를) 잊을 수 없는” 마음을 들키고 만다. 매사 심드렁한 듯 보이는 양숙은 정숙하곤 다를까. 정숙에게 “넌 자존심도 없니?”라고 쏘아붙이는 양숙 또한 ‘심심한 여자’였음이 플래시백으로 드러난다. “세상에 노력해서 안되는 게 어디 있냐”는 여자와 “세상에 노력해도 안되는 것이 있다”는 여자는, 실은 한몸이었다. 끝까지 ‘그쪽’이라 부르며 서로 경계하던 심심한 여자들은 짧은 만남 뒤 희미한 미소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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