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의 지구상에도 민중적 이상주의라는 게 존재하는 것일까. 한때는 제국주의라는 딱지가 붙었던 미국의 품 안으로 모두들 투항해버린 팍스아메리카나의 시대에, 반미 게릴라 투쟁이라는 게 과연 호흡이나 할 수 있을까. 90년대 아이티 민중의 투쟁을 그린 (레지스탕스)는 이 모든 회의를 결연하게 내던지는 다큐멘터리다. 여기에 등장하는 주요사건들은 모두 90년대에 일어난 것들이다. 90년 민주선거로 뽑힌 아리스티드 대통령이 1년 만에 우익군부 쿠데타로 축출당한 뒤, 5천명의 아이티인들이 학살된다. 이 학살의 배후엔 미국이 버티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의 뛰어난 점은 사건의 연대기에 그치지 않고, 부유한 기업가이지만 민중의 편에 서서 싸우다 피살된 앙트완 이즈메리라는 인물의 고난에 초점을 맞춰, 인간의 숨결을 새겨넣은 점이다. 그가 살해당하기 직전과 살해당하는 현장 장면은 (레지스탕스)의 비극적 대단원이자, 여전히 험난한 싸움의 여정에 있는 아이티 저항군에 바치는 격렬한 헌사다. 이 다큐멘터리는 작품이 아니라 싸움이다. 올해 뉴욕인권영화제와 암스테르담인권영화제 초청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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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큐멘터리의 뛰어난 점은 사건의 연대기에 그치지 않고, 부유한 기업가이지만 민중의 편에 서서 싸우다 피살된 앙트완 이즈메리라는 인물의 고난에 초점을 맞춰, 인간의 숨결을 새겨넣은 점이다. 그가 살해당하기 직전과 살해당하는 현장 장면은 (레지스탕스)의 비극적 대단원이자, 여전히 험난한 싸움의 여정에 있는 아이티 저항군에 바치는 격렬한 헌사다. 이 다큐멘터리는 작품이 아니라 싸움이다. 올해 뉴욕인권영화제와 암스테르담인권영화제 초청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