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동안 7명의 아이들이 거리를 배회하며 도시의 거대한 모험 속으로 빠져든다. 아이들 모두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점점 위험한 길로 빠져들면서, 엄마의 비명은 어둠을 가르고, 우리는 한 생명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된다. 날이 밝아오고 똑같은 여정을 다섯 명의 어머니의 관점으로 보게 된다. 이들의 여정을 통해 어머니들 역시 그들이 아끼는 아이들만큼이나 길 잃고 방황하는 연약한 인간임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밤의 끝에서 어머니 중 한명은 악몽 같은 사실에 직면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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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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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7명의 아이들의 잠자는 얼굴들에서 시작한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않는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아이들은 도시를 배회한다. 다니엘은 돈을 훔쳤느냐는 엄마의 의심에 화나서 집을 나서고, 스테이시와 오튼 남매는 이미 길에서 헤매고 지낸지 오래다. 스테이시가 초경을 하자 오튼은 어찌할 바를 모른다. 친한 친구인 크리스티나와 트리샤는 쇼핑몰에서 옷을 훔치다 경찰서로 가게 되고, 가출한 트리샤의 오빠 루는 포르노 영상업자에게 굴욕적인 오디션을 받는다. 그렇게 하루가 씁쓸하게 지나간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디제시스는 어머니들로 급선회한다. 이제 영화는 아이들이 살았던 그 하루를 5명의 어머니의 시점에서 다시 산다. 카메라의 앵글을 바꾸니 어머니들의 삶 역시 보호받거나 위로받지 못하는 위태로운 삶이다. 마치 정교한 퍼즐을 맞추듯이, 아이들의 디제시스에서 생략되었던 부분들이 필름 표면 위로 인화되고, 인물들과 공간들이 서로 교차하고,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넘나들면서, <블레스드>는 그날 밤, 평범한 또 다른 하루의 밤이지만 각자에게 특별한, 또 누군가에게는 너무도 가슴 아픈 날로 기억될 그날 밤을 향해,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극적 긴장감을 몰아간다. 주테마 곡은 끊임없이 멜버른을 떠도는 가녀린 생명들을 하나로 이어주고, 종국에 이르면 가슴을 움켜쥐어야 하는 마지막 장면에 묵직한 정서적 울림을 불어 넣는다. 탄탄한 극적 구성력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카메라의 서술법이 돋보이는 <블레스드>는 오늘날 불안정한 삶의 가장자리에 놓여있는 아이들과 어머니들의 삶에 대한 빼어난 고찰이다.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