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에서 약초를 팔며 혼자서 딸을 키우는 열성적인 엄마 베리안은 딸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려 할 때마다 단단한 경계막을 치는데 다야는 그것을 허물려 한다. 그런 갈등은 주변에 펼쳐진 적막한 사막처럼 두 사람에게 답답하고 힘겹기만 하다. 외로운 다야는 자신만의 상상 속에 있는 미로로 도망쳐 오래 전에 행방불명이 된 아버지를 만나는 꿈을 자주 꾸곤 하는데, 마침내 비참한 몰골로 아버지 아구스가 돌아온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아구스가 고리대금업자의 번지르르한 말에 속고 다야가 만든 상상의 세계는 산산조각 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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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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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소녀티를 벗은 다야는 이 적막한 사막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잘 모르겠다. 산파 일과 노점을 겸하고 있는 어머니 데리안은 이 탁한 세상 속에서 그녀의 ‘아가’ 다야를 지켜내고 싶어 항상 눈을 떼지 않는다. 다야는 그런 어머니 베리안을 떠나 도시로 나아간 자유로운 영혼인 아버지 아구스를 항상 그리했지만, 아버지 역시 다야에게 미래의 길을 보여주지 않는다. 떠돌이 댄서 생활을 하는 이모도, 친구도 다야가 어떻게 살아내야할지 답을 주지 않는다. 마침내 다야는 시골의 어머니와 도시의 아버지 사이에서 해답을 얻지 못한 채 그들을 모두 떠나게 된다. 이 영화의 인도네시아어 원제 는 ‘모래 바다(Sea of Sand)’ 혹은 ‘속삭이는 모래(Whispering Sand)’라는 뜻으로, 영화가 펼쳐지는 검은 모래 바다를 말한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다야와 함께, 무엇보다도 바로 이 검은 모래 바다라고 할 수 있다. 카메라 앵글 속에서 원경(검은 모래 바다), 중경(다가오는 인물), 전경(정지된 인물)으로 구성된 화면은 쓸쓸하지만 너무나도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움직이지 않는 카메라와 최소로 절제된 대사는 보는 이로 하여금 등장인물의 내면과 풍경을 강하게 연결시키게끔 배치되었다. 이 아련한 검은 모래 바다의 모래 폭풍 사이에서 다야는 비를 기다린다.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