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코파(Sankofa)라는 흑인게이영화운동집단을 아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상코파는 미국 사회에서도 감히 시도된 바 없는 흑인영화운동 그룹일 뿐 아니라 그 가운데서도 레즈비언, 게이 영화제작자와 감독들의 그룹이었다는 점만으로도 대단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 모임이 배출한 최고의 베테랑이자 입심 좋은 작가는 단연 아이작 줄리안. 그의 성공적인 장편 극영화 데뷔작 (젊은 영혼의 반란)은 알렉스 콕스의 (시드와 낸시)나 데니 보일의 (트레인스포팅)류의 성장영화의 이야기를 빌려오고 또 역시 계급적 갈등과 정체성에 대한 주의를 잊지 않지만 그 사이에 흑인으로서의, 게이로서의 정체성을 뒤섞는다. 그를 직접 말로 옮기지 않고 영화의 이야기로 풀어냈다는 점만으로도 이 영화는 추어올려질 만하다. 뉴퀴어시네마의 계보 속에서 예외적이지만 또 그만큼 특별한 가치를 갖는 걸작. 상코파의 막내로 들어간 레이먼드 융의 최신작인 (옐로 피버)도 이번 서울퀴어영화제에 극적으로 초대되었으니 눈여겨볼 것.
추천노트 ; 계급 더하기 인종 더하기 성정체성의 3차 함수를 스스로에게 출제하고 또 답변하려 한 퀴어시네마의 비장한 출발 혹은 자코뱅 중의 자코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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