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강렬한 로맨스는 예술, 특히 영화의 오래된 단골 주제이다. [밀회], [비포 선라이즈],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등은 그 중 작은 일각에 불과하다. 이 전통에 부응하는 [카이로 타임]은 남편을 기다리는 동안 카이로 관광을 도와주던 남편 친구와 3주간의 로맨스를 겪게 되는 여자의 이야기이다. 패트리샤 클락슨의 탁월하고 섬세한 연기에 힘입어 영화는 불만과 배신, 성숙한 관능과 감정이 휘몰아치는 격랑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배경이 된 카이로의 선명한 색채의 화면이 줄리엣과 타렉 사이에 싹트는 난처한 관계의 밑그림 역할을 한다. 루바 나다 감독은 두 사람의 관계에 줄리엣의 남편이라는 보이지 않는 존재가 늘 손에 잡힐 듯 의식되도록 그려냄으로써 이야기가 결코 감정의 과잉이나 진부함으로 빠지지 않게 만든다. [카이로 타임]에는 바람난 아내나 그 남편은 찾아볼 수있다. 대신, 마음의 이끌림을 이해하려 발버둥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반응하려 애쓰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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