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감독 피오트르 듀말라의 실사 데뷔작 [숲]은 상실에 대한 강렬한 탐구이자, 기술적으로도 놀라운 업적을 성취한 영화로, 감독이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주던 세밀함과 선명함이 실사 공간과 배우들을 통해서도 한결같이 표현되고 있다. 타르코프스키와 소쿠로프의 영향을 받은 듯한 무성 흑백영화같은 이 영화는, 사경을 헤매는 아버지와 아들간의 삐걱거리는 관계와 심리를 탐구한다. 애니메이션 프롤로그로 시작하는 이 영화에서, 아버지가 거주하는 미니멀리즘의 무미건조한 실내공간과 아들을 이끌고 나간 가상 숲의 몽환적인 풍경이 선명한 대조를 이룬다. 듀말라 감독은 말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관한 풍경화를 그리고자 애썼고, 서로 이해하기 힘든 아버지와 아들의 어려운 관계를 관찰해보고 싶었다. 현재의 장면과 숲 속 장면은 단순히 실사와 애니메이션으로만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각각 문학적인 의미를 가진 채 평행하게 상호 존재하는 이 세상의 인상을 만들어 낸다. 한 사람이 얼마든지 몇 개의 다른 운명을 경험할 수 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