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진 조파는 7세 때부터 콘촉 라마를 스승으로 모셔왔다. 2001년, 콘촉 라마는 84세의 나이로 선종하고 스승의 환생을 찾기 위해 텐진 조파는 길을 떠난다. 티베트의 곳곳을 누비는 4년의 여정 끝에 마침내 텐진 조파는 스승의 환생으로 여겨지는 아이와 만난다. 그 옛날 스승이 어린 그를 이끌어 주었던 것처럼 삶은 순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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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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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윤회의 시작이라는 불가의 믿음과 실제로 위대한 고승의 입적 후 환생한 라마승을 찾는 여정은 티베트 불교의 오랜 전통이다. 84세의 일기로 라마 콘촉이 세상을 떠나자 21년간 그를 받들어 모신 수도승 텐진 조파는 달라이 라마의 명에 의해 스승의 환생을 찾아 고된 여정을 떠난다. 이 다큐멘터리는 환생한 스승을 찾아야 하는 불가의 소명으로 투영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위대한 정신적 스승에 대한 보이지 않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스승을 화장하는 날 경건히 몸을 씻는 텐진의 모습에서, 자신의 고향마을에서 스승과 함께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는 이승의 인연에서, 환생한 어린 라마승이 법회 도중 행여 넘어질까 꼭 잡은 그의 손에서 젊은 수도승의 미련을 본다. 윤회로 영속하는 불가의 이론보다 추억하고 그리워하는 지극히 속세의 감정이 오히려 아련하다. 수려한 네팔의 풍광과 전통을 지키며 수양을 닦는 수도승들의 고결한 정신은 복잡한 현실을 떠나고 싶어하는 관객의 본성을 자극하고, 환생한 스승을 찾아야 하는 제자의 여정은 영웅의 여정이라는 오랜 신화적 모티브로 익숙하게 다가온다. 관조하는 히말라야 산의 원경과 집착하듯 근접 촬영한 텐진의 얼굴은 썩 잘 대구를 이루고, 이는 스승과 제자 그리고 그 제자가 다시 환생한 스승의 새로운 멘토가 되는 윤회의 법도를 역설적으로 그리고 있다. (이창용)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