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쩍 마른 더벅머리 십대소년 료 카와이는 지금 절벽 끝에 서있는 심정이다. 전기, 수도, 가스 모두 끊긴 집에 홀로 사는 그는 방금 편의점에서 해고됐다. 수업료가 없어 학교도 다니지 못하고, 축구 선수의 꿈은 말 그대로 꿈일 뿐이다. 혼수 상태였던 어머니는 두 달치의 병원비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고 장례비용도 마련할 길이 없다. 병원에서 ‘어머니 시신 훔쳐 내기’라는 희한한 사건을 꾸민 것도 그 때문이었다. 건조하고 희미하게 흩어진 서사를 매우 드라마틱한 방식으로 재구성한 이러한 설명은 실은 이 영화에 대해 아무 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난 몰라요>는 실은 아무 것도 말하지 않는 무위의 시간으로 포화상태에 이른 영화이며, 또한 비참한 지경에 놓인 한 소년의 얼굴 그 자체가 주제인 영화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슬픔 따위의 ‘감정’보다는 배고픔의 ‘감각’을 절절히 전해주려 한다. 절망적인 소녀 ‘로제타’를 포착했던 다르덴 형제의 카메라처럼, 고바야시 마사히로의 카메라는 1시간 45분 동안 이 소년의 비극적 일상을 집요하게 쫓는다. 그 카메라는 숨소리가 들릴 듯 가깝고 생생하며 또 차갑고 윤리적이다. 결국 복기하자면, 오프닝 시퀀스에서 무지화면 위로 흐르던 긴 노래 한 곡이 이 영화에서 유일한 위안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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