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식민지 시대를 다룬 라야 마틴의 두 번째 작품으로 20세기 초 무성영화와 뉴스 릴을 모방하는 스타일을 사용하고 있다. 첫 번째 작품이 스페인 강점기를 다루고 있다면 이 작품은 미국 강점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고전적인 느낌을 주는 영롱한 흑백의 영상과 화면을 꽉 채우는 투박하면서도 정교한 세트, 흑백의 대조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조명을 사용하며 과거로의 여행을 시도하고 있다. 역사와 픽션의 경계를 넘나들며 필리핀 영화사를 들여다 보는 실험적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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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이라는 국가의 국명 자체가 스페인의 펠리페 황제의 명의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은 이 섬에 사는 이들에겐 불행의 전조다. 국명 자체의
주체성이 결여된 상태에서 동남아시아의 섬나라에서 스페인이라는 억압이 가시자 이번엔 미국이 마수를 뻗어 그 섬을 지배했다.
이 고난의 순간에 어느 모자는 살던 곳에서 숲으로 피난을 오게 된다. 그 곳에서 적응을 하던 중 어느 여인이 찾아오고 모자와 함께 그 여인과
3인의 동거 생활이 시작된다. 어느 순간 어머니가 병을 앓다 고인이 되고 그와 동시에 여인에 몸에서 새 생명이 태어난다.
작품의 플롯은 매우 단순하지만 그 단순함속에 라야 마틴은 영화적 실험을 시도했다. 필름에 색을 흑백에서 컬러로 바꾸고 결정적 순간에
다큐와 같은 영상을 삽입해 점점 다가오는 미국세력을 드러낸다.
숲에서 자급자족하며 그저 평범한 삶을 살았던 이들에게 미국인이 찾아와 남자와 여자 사이에 태어난 아이를 데려가려고 하지만 아이는
그들의 손길을 뿌리치고 절벽에서 몸을 던지자 그 심각한 상황에서 영화는 총 천연색으로 전환되며 결말을 맞이하는데 이 결말은 다가온 미국
세력의 억압을 상징하며 필리핀의 안타까운 운명을 표현했다.
촬영, 음악이 상당한 여운을 남기며 작품은 70여분의 분량동안 필리핀의 운명을 압축적으로 잘 보여준다. 꼭 문화 예술 역량이 특정 국가의
경제 상황과 비례한다는 편견은 라야 마틴에겐 통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