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작가는 자신이 찍고자 하는 피사체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 기록영화의 역사는 끊임없이 이런 질문을 던진다. 객관성을 생명으로 삼는 다큐멘터리에서 피사체와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간주돼왔다. 그러나 오가와 신스케는 다르다. 그는 당당히 누군가의 편에 섰고 그들에게 영화 외적인 도움까지 주려 했다. 유명한 (산리쓰카 7부작)은 그렇게 태어났다. 60년대 말부터 나리타 새 국제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농민들의 투쟁을 담은 오가와 신스케는 점점 더 농민들의 입장에 다가갔다. 투쟁현장을 포착하던 카메라는 시간이 지날수록 농민 자신의 시선이 돼 그들이 농사지으며 생활하는 모습으로 향했다. (일본국 후루야시키 마을)은 80년대 들어 농민의 생활상에 더욱 가까워진 오가와 신스케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73년 (산리쓰카-헤타부락) 이후 투쟁 뒤에 있는 농민들로 카메라 초점을 옮긴 그는 80년 태평양에서 불어온 냉기류가 벼농사를 망치자 재해를 조사하기 위해 나섰다. 산중에 여덟채의 집이 모여 있는 작은 마을에서 오가와 신스케는 흉작 원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마을사람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성실한 그는 지형모형에 드라이아이스를 흘려보내며 냉해의 원인을 설명하고 벼가 싹을 틔우고 수정하는 모습까지 정밀하게 관찰한다. 이 영화는 (마기노마을 이야기)와 더불어 80년대 오가와 신스케의 대표작이 됐고 83년 베를린영화제 비평가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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