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의 경계에 스며진 불편한 진실이 드러난다!
20대 후반의 프리랜서 다큐멘터리스트 오두나는 인간의 뇌에 관한 의학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뇌종양 수술의 권위자인 신경외과 의사 최명진을 만나게 된다. 뇌종양수술의 촬영 허락을 받고 그와의 인터뷰를 시작하게 되면서 두나와 명진은 서로에게 이끌린다.아내와 자식이 있는 명진은 조금은 당돌하고 엉뚱한 면이 있는 두나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덧없는 욕정의 대상처럼 두나를 갈구하지만, 두나는 함께 미래를 꿈 꿀 수 없는 명진과의 절망적인 사랑 속에서 자살을 생각하게 된다.
한편, 두나를 중심으로 한 다큐멘터리 제작팀(Nowhere)은 뇌종양 수술 장면이 포함된 의학다큐멘터리의 편집과 동시에 딱정벌레에 관한 자연과학 다큐멘터리 제작에 들어가게 된다.
딱정벌레를 촬영하기 위해 숲과 초원, 늪이 있는 자연으로 떠나게 되는 Nowhere팀.
그 속에서 두나는 끈질긴 생명력을 지닌 딱정벌레를 통해, 명진이라는 존재가 자신에게 던져준 열정의 끝에 자리한 차갑고 공허한 마음에 비친 자연의 풍경들을 바라본다.
명진 또한 죽음의 공포에 앞서 자신에 대한 애증의 감정들을 말없이 표출하는 어머니를 바라보며, 두나와의 관계를 더 이상 지속하지 않기 위해 여러 가지 변명들을 만들어 놓는다. 두나는 이제 자신을 외면하는 명진의 감정을 확인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명진을 찾아가지만,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결국 두나는 자살 결심을 굳히고, 실행의 순간만을 준비한다. 그리고 딱정벌레에 관한 촬영은 어려운 제작여건 속에서도 끝을 향해 간다.
스스로 죽음을 택하려는 두나와, 죽어가는 어머니 앞에서 무력감만을 느낄 수 밖에 없는 명진. 그리고 이 둘과 달리, 죽음의 고비에서 뇌종양 수술 권유를 거부하고, 삶의 마지막 시간을 채우기 위해 목적지도 없이 나아가는 명진의 환자, 희수.
각자의 방식으로 죽음의 공포와 삶에 대처하는 이들의 심리 로맨스가 펼쳐진다.
- 제작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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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습적인 내러티브를 빗겨간 새로운 서사의 예술 영화!!more
낭독과 방백, 연극적 요소를 통해 전달되는 심리 로맨스!!
영화 <딱정벌레>는 관습적인 내러티브와 다르게 시간의 층이 겹치면서 단절되고 순환되는 듯한 느낌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시도는 단순히 어떤 실체를 최종적으로 밝히기 위해 퍼즐게임처럼 펼쳐지는 내러티브의 시도와는 다르다. 주인공들의 낭독과 방백을 통한 연극적인 시도는 두 인물의 내면에 각기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는 죽음의 공포와 삶에 대한 자세를 지켜보게 만든다. 이는 영화 속 주인공과 관객들이 정면으로 대면하게 만드는 것으로, 새로운 이야기 방식의 제시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예술영화가 요구하는 새로운 내러티브의 시도라는 점에서 <딱정벌레>는 기존의 독립영화와는 다르게 낯설지만 독특한 흥미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끈질기게 살아남는 딱정벌레와 끊임없이 죽어가는 인간의 교차점!!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울려 퍼지는 직관적인 진실!!
영화 <딱정벌레>를 구성하고 있는 픽션과 다큐멘터리는 각 장르의 특성이 말해주는 것처럼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한 경계를 보여준다. 의미를 가장한 말과 이미지의 순환 속에서 전달되는 삶과 죽음에 대한 자세. 특히, 뇌종양 수술과 딱정벌레 채집을 통한 자연 생태에 관한 다큐멘터리 장면은 사실을 기록하고 해석하는 도큐멘트로써 객관적인 사실을 보여줌과 동시에, 주인공들의 내면에서 반응하는 주관적 이미지이자 삶의 울림을 대변한다. 이처럼 인간의 뇌와 딱정벌레의 딱딱한 껍질 안에 존재하는 물질의 유연성과 조직의 신비로움은 주인공들의 심리적 양상과 건조하게 만나, 허구적 진실의 불편한 낯설음이 아닌, 우리가 한번쯤은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불편한 진실을 대면하게 함으로써 다시 보고 싶은 예술 영화로 관객들을 끌어당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