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든다고 모든 사람이 사회인이 되는 건 아니다. 사회는 기성질서가 요구하는 규격에서 맞지 않는 사람을 대열 밖에 남겨둔다. (멍텅구리)의 두 주인공, 히사시와 마사루는 사회 부적응자들. 자동차 정비소에서 해고된 히사시는 우연히 만난 중년 부인에게서 집나간 아들 마사루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히사시는 마사루를 찾지만 마사루는 집으로 돌아가길 원치 않고, 오히려 히사시를 우롱한다. 하지만 어느덧 함께 몰려다니던 둘 사이에는 우정이 쌓여간다. 둘은 경찰관으로부터 총 한자루를 훔친다. 사카모토 준지는 89년에 데뷔한 일본의 중견 감독. (기진맥진)을 비롯한 그의 작품은 권투를 소재로 한 것이 많다. 사카모토 감독은 권투장의 링을 비롯한 "닫힌" 상황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거기서 발버둥치는 인간군상의 희극적 면모를 발굴하는 재주를 지녔다. (멍텅구리)도 그 연장선상에 놓인다. 히사시는 착하고 순박하지만, 세상은 그를 경멸한다. 세인들의 따가운 시선은 폭력이 되어 그의 가슴에 예리하게 꽂힌다. 마사루는 히사시를 이용해 곤경에 빠뜨리지만, 사회에 부적합한 인물이긴 서로 매한가지다. 사회로부터의 일탈을 꿈꾸는 그들의 행동이 정당한 것이라고 할 순 없다그러나 거기엔 무시할 수 없는 페이소스가 담겨있다.
오사카 출신이며, 수퍼 8mm 자주영화로 출발한 감독 사카모토 준지는 89년 <도츠이타루넨>(때려줄거야)으로 데뷔한 이래 <멍텅구리-상처입은 천사>까지 모두 7편의 장편을 만들었다. 동세대의 일본 감독들처럼 그도 작고 소박한 소재로 영화를 만든다.
<멍텅구리…>의 주인공 히사시는 감독의 체험이 스며 있는 캐릭터. 유리창닦이를 하다 해고된 히사시는 엄마뻘 되는 아줌마로부터 집나간 아들 마사루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마사루의 엄마는 실직한 남편에게 구타당하고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훔치며 스트레스를 푸는 불행한 여인.
히사시는 마사루를 찾아다니지만 오히려 마사루가 그를 발견한다. 집으로 돌아가지 않으려는 마사루와 어울리다가 둘 사이에는 우정이 생겨난다. 마사루는 히사시보다 좀더 약았다. 그러나 직선의 도시에서 구불구불 돌고 돌면서 시종 어디로 갈지 몰라하기는 마찬가지. 히사시가 곤경에 처한 것을 구해주려고 온 마사루는 경찰로부터 권총을 빼앗고 히사시와 함께 항구에서 배를 타고 러시아행을 꿈꾸지만 마사루는 머리를 다치고 꿈은 달아나 버린다.
감독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캐릭터이다. 가진 건 몸뿐인 순진한 남성 캐릭터를 중심에 놓고 그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에피소드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사건은 늘 엉뚱하게 튀고 주인공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 영화는 코믹하지만 또한 애잔하다. ‘반복’은 효과적으로 코미디를 완성시킨다. 히사시가 직장에서 쫓겨나고 나서 다시 취직에 도전하는 행위, 같은 공간이 계속 재등장하거나 구불구불한 장애물을 통과하는 장면은 모두 영화의 희극적 효과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사카모토 준지는 권투장의 링 등 주로 ‘닫힌’ 상황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거기에서 생겨나는 인간군상의 희극적 면모를 발굴하는 재주를 지녔다. <멍텅구리…>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히사시는 착하고 순박하지만, 세상은 그를 경멸한다. 타인의 따가운 시선은 그에게 폭력이 되어 꽂힌다. 마사루는 히사시를 이용해 그를 곤경에 빠뜨리지만, 일본사회에 부적합한 인물이긴 마찬가지다. 그들의 행동이 바르다고 할 수 없지만, 거기엔 페이소스가 있다. 사카모토 준지는 솜씨있게 ‘못난 청춘’을 천사로 그려냈다. 이윤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