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으로 뒤덮인 깊숙한 산골. 알렉시는 낮에는 나무를 베고 저녁에는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와 여동생 헤제를 돌보며 단조롭게 살아간다. 가끔 그가 일으키는 발작을 제외하고는 일상의 모든 것이 고요하다. 어느 날 이들 가족에게 유르겐이라는 청년이 찾아오고, 각별한 사이였던 알렉시와 헤제의 관계에 변화의 소용돌이가 인다. <호수>는 컬러인데 흑백의 느낌을 준다. 하얀 설경과 그에 대비되는 검은 나무, 바위들로 채워진 채 어슴푸레한 화면을 제시하는 독특하고 파격적인 미장센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밤 장면이 많고 때로는 거의 아무것도 분간되지 않는 암흑이 화면을 채우며, 이러한 어둠은 첨예한 명암대비, 흔들리는 초점, 극단적인 클로즈업, 급박한 카메라워크와 어우러져 순간의 느낌들을 잡아낸다. 이미 장편 데뷔작 <암흑>으로 취향과 두각을 나타낸 바 있는 필립 그랑드리외의 세 번째 장편 <호수>는 광활한 대자연을 감각적으로 부각시키는 아름다운 수묵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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