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함께 견뎌낼 때... 사랑은 다시 자랍니다
“기다릴게.. 당신이 어둠에서 나올 때까지.. 이 상처를 견뎌낼 때까지..”슬픔을 함께 견뎌낼 때... 사랑은 다시 자라납니다.
무엇이든 똑 부러지는 아내 쇼코와 조금은 우유부단하게 살아가는 남편 카나오.
우리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 부부에게 첫 아이의 유산이라는 시련이 닥쳐온다.
쇼코는 우울증에 걸리고 그런 쇼코를 카나오는 따뜻하게 지켜준다. 당장은 극복하지 못할 것 같았던 이들 부부의 아픔은 10년이라는 시간을 거치면서 조금씩 주변의 사소한 것들을 통해 이해되고 치유된다. 그 10년 동안 일본사회는 잔혹한 테러와 유아살인사건, 지하철 독극물 사건 등 충격적인 사건사고를 겪고, 카나오는 법정화가로서 이 사건들의 재판을 조용히 지켜보며 마음을 그리듯 세상을 그려낸다. 범죄와 테러로 얼룩진 무시무시한 소용돌이 같던 90년대가 지나가고 부부를 둘러싼 친구들과 가족, 그리고 직장 동료들은 사람들 사이에서 생겨나는 소소한 행복과 하루하루 서서히 자라나는 희망을 통해 상처와 고통을 조금씩 이겨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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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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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시구치 료스케가 7년 만에 장편을 만들었다. 이것만으로 <나를 둘러싼 것>에 주목할 가치가 있다. 퀴어로서의 정체성과 주제를 다른 어떤 감독보다 보편적인 이야기로 풀어냈던 그의 새 영화는 여러 의미에서 기다린 만큼의 변화를 보여준다. 20년에 걸친 영화경력에서 이번이 4번째 장편이 되는 하시구치의 신작은 방송을 위해 법정에서 그림을 그리는 법정화가 부부를 주인공으로 10년에 걸친 그들의 소소한 변화를 그려나간다. 남편 카나오는 선배의 소개로 법정화가가 되어 새로운 경력을 시작한다. 출판사에서 일하는 아내와의 관계는 임신과 출산 그리고 아이의 죽음으로 위기를 맞이하지만 흐르는 시간 속에 점차 회복된다. 90년대 일본을 놀라게 한 사건과 범인들의 얼굴이 시간을 따라 점차 어둠으로 향한다면, 카나오 부부의 관계는 혼란과 어둠에서 회복되어 밝은 곳으로 나아간다. 영화에 나오는 대사처럼 ‘사는 것도 기술이고 그리는 것도 기술’이라면, 살벌한 세상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부부의 관계론을 풍부한 디테일과 놀라운 설득력으로 그려내는 하시구치의 기술은 즐거움과 동시에 그의 다음 영화가 더 빨리 만들어지기를 바라게 만든다.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