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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눈을 가진 아일랜드

두 개의 눈을 가진 아일랜드 Two-eyed Ireland

2007 한국 전체 관람가

다큐멘터리, 뮤직 상영시간 : 63분

개봉일 : 2008-09-18 누적관객 : 1,286명

감독 : 임진평

출연 : 두번째 달 바드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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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달 바드의 초록빛 아일랜드 음악여행

아이리시 음악에 빠진 다섯 젊은이들이 아일랜드로 음악여행을 떠났다.
가진 것이라곤 달랑 각자의 분신과도 같은 악기가 전부인 그들이 아일랜드 음악여행을 위해 준비한 건 자신들이 직접 연주한 아이리시 음악이 담긴 CD 500장과 언제나 자유로운 영혼 뿐이었다


지난 2006년, 드라마 <아일랜드>의 삽입곡 “서쪽 하늘에”로 대중에게 막 알려지기 시작했던 에스닉 퓨전밴드 ‘두 번째 달’’은 1집 앨범작업에 객원싱어로 참여했던 ‘린다 컬린’의 고향 아일랜드를 처음 찾았다. 당시에는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떠난 여행이었지만 멤버 중 현보와 혜리는 그만 아일랜드의 살아있는 전통과 음악에 각별히 매료되고 말았다.

그리고 그로부터 꼭 1년이 흐른 2007년 8월, 그들은 5인조 아이리시 트래드 프로젝트 밴드 ‘바드(BARD)’를 결성했고, 1년 만에 다시 아일랜드로 떠나게 된다.

아일랜드에 내려 그들이 처음 찾은 곳은 린다의 고향마을인 고리(Gorey). 우리네 시골마을을 떠올리게 하는 작은 마을이지만 음악적 전통만큼은 어느 나라, 어느 큰 도시 못지 않은 곳이다. ‘두 번째 달 바드’는 불과 1년 전 이 곳을 찾았을 때만 해도 그저 구경만 했던 마을의 뮤지션들과 이번에는 당당히 세션(합주)을 한다.
고리에서의 하룻밤을 보내고 본격적인 아일랜드 음악여행을 떠나는 그들은 아일랜드 음악영화 <원스>의 주 무대였던 더블린의 바로 그 곳에서 영화 속 그들처럼 버스킹 (길거리 연주)을 하며 여행경비를 벌기도 하고, 또 길 위에서 만난 많은 아이리시들과 음악 하나로 정겨운 친구가 된다.

아일랜드의 크고 작은 도시에서 벌어지는 음악축제는 세대를 뛰어넘어 이어지는 그들의 살아있는 전통(Living Tradition)을 눈으로 확인하는 좋은 기회다. 그들의 축제에는 관객과 무대의 구별이 없다. 모두가 관객이고 모두가 무대의 주인공인, 함께 즐기는 진정한 의미의 축제였다.

어느 날 ‘코크’의 펍(PUB)에서 이들은 고이 간직해 간 해금을 꺼내 들고 연주한다. 혜리는 이에 맞춰 우리네 장단을 들려주며 당연히 우리에게도 있는 음악적 전통을 소개한다. 결국 이들은 낯선 땅 아일랜드에서 우리들에게도 존재해 온, 하지만 그들처럼 이어지지 않았던 전통을 못내 아쉬워하고 있었던 건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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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별점 (2명참여)

  • 6
    김봉석청춘의 빛나는 순간들
  • 3
    김도훈잘려나간 장면들이 더 보고 싶다
제작 노트
제4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국제경쟁부문 초청작!
심사위원단 특별언급 영예!


새로운 도약을 꿈꾸며 국제경쟁부문을 올해 처음 신설한 제4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폐막식에서 우리 영화로는 유일하게 경쟁부문에 오른 <두 개의 눈을 가진 아일랜드>(감독 임진평)가 심사위원단으로부터 ‘특별언급’(Special Mention)되는 영예를 안았다.

이번 영화제 경쟁부문의 심사위원장을 맡은 모로코의 영화감독 ‘아흐메드 엘 마안누니’는 이날 본상 수상자 발표에 앞서 경쟁부문에 오른 모든 작품들이 높은 작품성과 개성을 지녀 심사과정이 어려웠음을 전하며, 그 중에서도 임진평 감독의 <두 개의 눈을 가진 아일랜드>에 대해서는 ‘음악을 찾아 떠난 한 밴드의 아름다운 아일랜드 여행’이 독특한 감동을 안겨줬다며 심사위원단이 숙고한 끝에 이 작품에 ‘특별언급’을 하게 된 배경을 전했다.

음악을 들려주는 작은 영화!

<두 개의 눈을 가진 아일랜드>는 영화감독 임진평이 ‘두 번째 달, 바드(이하 ’바드‘)’와 함께 2007년 8월 전통과 음악이 살아 숨 쉬는 아일랜드를 찾아 곳곳을 여행하며, 그 곳에서 직접 연주하고 또 그들의 삶을 통해 보고 느꼈던 음악여행을 담담하게 기록한 로드무비이자 음악다큐멘터리다.

<원스>의 그 거리에서 연주하던 ‘바드’

영화 속에는 마침 <원스>의 배경이 되었던 더블린의 바로 그 거리(그래프턴 스트리트)도 스치듯 등장한다. <원스>의 주인공이 그랬듯 <두 개의 눈을 가진 아일랜드>의 주인공들인 ‘바드’도 바로 그 곳 거리에서 연주하고 노래했다. 재미있는 건 그때만 해도 임진평 감독이나 ‘바드’ 멤버 누구도 <원스>를 알지도, 보지도 못했던 것 …

두 개의 이야기

감독은 영화를 통해 크게 두 가지 이야기를 하려는 듯 보인다. 88만원 세대로 대변되는 우울한 청춘 대신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음악, 들려주고 싶은 음악을 하기 위해 먼 나라 아일랜드까지 기꺼이 날아가 길거리 연주(버스킹)를 하는 싱그러운 다섯 젊은이들의 꿈과 희망이 그 한 축이라면, 또 다른 나머지 한 축은 바로 그들이 선택한 나라 ‘아일랜드’다.

아이리시 음악 들어보셨나요?

영화 <타이타닉>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이 처음 만나 신나게 춤추던 장면을 기억한다면 그 때 흘러나오던 흥겨운 음악도 떠오르지 않을까? 바로 그 음악이 전형적인 아이리시 춤곡 ‘Toss the Feather'다. 그리고 ‘셀린 디온’이 부른 주제곡 “MY Heart Will Go On"의 도입부에 흘러나오는 감미로운 선율은 바로 아일랜드 전통악기인 틴 휘슬로 연주된 것이기도 하다.

당시 호화스런 타이타닉호의 3등 칸에는 극중 디카프리오처럼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야 했던 아이리시들이 타고 있었다. 흥겨운 리듬 속에서도 문득문득 삶의 진한 여운이 느껴지는 아일랜드의 음악, 그건 아마도 오랜 시간 힘겨웠던 고통의 역사와 삶의 전통이 그 안에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수천 명이 만들어내는 한음의 감동 …

그들이 찾아간 아이리시 음악축제들은 무대와 관객의 구별의 없었다. 광장에 모여든 수천 명의 사람들은 각자 가져온 악기를 들고 그들의 전통음악을 흥겹게 연주하며 축제를 즐긴다. 도시든 시골의 작은 마을이든 어디를 가나 아이리시 펍(Pub)은 흥겨운 음악과 정겨운 수다로 가득하다. 말 그대로 ‘음악’이 곧 일상인 나라, 카메라는 영화 후반부 훌쩍 북아일랜드로 떠난다. 그리고 벨파스트의 한 펍에서 똑같이 울려 퍼지는 그들의 음악을 통해 ‘살아있는 전통(Living Tradition)’의 의미를 새삼 깨우치게 된다.

북아일랜드를 가다!

감독이 기존에 알고 있던 아일랜드의 가슴 아픈 역사와 그로 인한 우울함은 적어도 2007년 여름의 아일랜드에는 없었던 듯 싶다. 그래서인지 감독은 영화 중반부 ‘바드’와의 여정에서 잠시 벗어나 북아일랜드로 향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곳에 가보지 않고는 아일랜드를 온전히 알 수 없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제목의 의미?

제목 <두 개의 눈을 가진 아일랜드>는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의 한 펍(Pub)의 벽에 새겨진 글귀에서 따왔다고 한다.

A Nation that keeps one eye on the past is wise.
A Nation that keeps two eyes on the past is blind.

한 눈으로 과거를 보는 민족은 현명하다.
하지만 두 눈으로 모두 과거를 보는 민족은 결국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

과거를 결코 잊지 않겠다는 현명한 눈과, 동시에 결코 과거만을 바라보지는 않겠다는 또 다른 눈을 가진 아일랜드. 감독은 그 글귀에서 문득 아픈 역사를 뒤로 한 채 유럽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로 올라선 아일랜드의 오늘을 봤는지도 모른다. 여전히 영화가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의 역할을 한다면 어쩌면 그들의 모습을 통해 지금 우리의 모습을 다시 돌아보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프로덕션 노트

“감독님, 아일랜드 한번 안 가실래요?”

장면#1.
2007년 봄, 임진평 감독은 이전 그의 영화 연출작에서 음악감독으로 인연을 맺은 ‘두 번째 달’의 리더 김현보로부터 귀가 솔깃해 지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당시 김현보 음악감독은 본격적으로 아이리시 음악을 하기 위해 프로젝트 밴드 ‘바드’를 결성, 그 해 여름 아일랜드로의 음악여행을 계획중이었고, 마침 임감독과의 후반작업도 마무리 될 즈음인지라 지나는 소리로 가볍게 물었다고 한다.

“감독님, 아일랜드 한번 안 가실래요?
캠코더 하나 들고 오심 좋을 거 같은데 …”

동상이몽?

장면#2.
그때만해도 김현보 음악감독의 제안은 아이리시 음악을 찾아 떠나는 ‘바드’의 음악여정을 이왕이면 소박하나마 기록으로 남겼으면 하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러니까 일 테면 그에게는 함께 추억을 공유할만한 홈비디오 수준의 메이킹으로도 충분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명색이 영화인인 임진평 감독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이미 그 순간, 임감독의 눈앞에는 아일랜드의 낯선 거리에서 동양인 젊은이들이 버스킹(길거리 연주)을 하는 모습이, 그리고 이국적인 아일랜드의 전통음악 축제들이, 그리고 유서 깊은 펍(Pub)에서 벌어지는 아이리시 뮤지션들과 바드의 흥겨운 세션이 마구마구 그려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캠코더로 해결될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셋이면 충분해!!!

장면#3.
충무로의 일반적인 상업영화 현장을 가보면 아무리 적게 잡아도 4~50명의 스텝들이 분주히 각자 할 일을 쫓아 바쁘게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렇다면 음악다큐 <두 개의 눈을 가진 아일랜드>의 스텝은 모두 몇 명이나 됐을까?

정답은 : 달랑 3명!

<두 개의 눈을 가진 아일랜드>는 온전히 임진평 감독과 김요환 프로듀서, 그리고 김경훈 편집기사 세 명이 기획에서 촬영, 편집 그리고 개봉을 위한 포스터와 예고편 작업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모든 역할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나눠 갖고 완성한 영화다. 그럼에도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국제경쟁부문에 초청될 만큼 기술적으로도 나름의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때론 크기로 승부하는 상업영화 판에서 <두 개의 눈을 가진 아일랜드>는 신선하고 모범적인 제작시스템을 몸소 보여준 작지만 의미 있는 영화로 기억될 만 하다.

아일랜드에서 만난 ‘밥 딜런’

장면#4.

<두 개의 눈을 가진 아일랜드>는 음악다큐이자 그 자체로 충실한 로드무비다. 영화 속에서 우린 그들이 길 위에서 만나게 되는 많은 사람들을 함께 만난다. 그 중에서도 제천영화제 상영기간 중 가장 많은 웃음과 재미를 준 장면이 있다. 바로 ‘아일랜드에서 만난 밥 딜런’이었다.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 ‘휘클’의 호스텔에서 있었던 일. 한 방에서 함께 묵었던 한 이름도 모르는 서양청년이 이른 아침 욕실에서 트렁크만 입은 알몸으로 나오더니 정환(바드의 기타리스트)에게 ‘밥 딜런’을 아냐고 물었고, 정환이 즉석에서 “All Along The Watch Tower”를 연주하자 바로 그 자리에서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노래를 부르며 청바지를 입고 셔츠를 입고 마지막으로 양말을 신으면서 노래는 끝났다. 멋진 열창이었고 다큐라서 가능했던 즉흥적인, 그러나 너무도 자연스런 일상에서의 음악과의 만남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비를 추억하다 …

장면#5.

아일랜드에서 이동 중 버스에서 만난 한 아이리시 청년은 이렇게 말했다.

“우린 일기예보 같은 거 보지 않아.
왜냐면 매일매일이 똑같으니까 … 비가 오고 개고 또 비가 오고…”

아일랜드에 도착해 초반 며칠 동안 영화팀을 힘들게 한 건 역시 날씨였다. 실제로 아일랜드에 내린 후 일주일 동안 하루도 비가 내리지 않은 날이 없었다. 매일매일의 촬영이 길에서 이루어지다 보니 분명 비는 피해야 할 적이었지만 아일랜드에 왔으니 아일랜드에 적응할 수 밖에 … 영화팀은 일주일쯤 지나자 비가 와도 어느새 비가 온다는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할 지경이 되었다고 한다.

<두 개의 눈을 가진 아일랜드>에는 그래서 유독 비 내리는 장면이 많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일랜드는 우울하지 않다. 적어도 아일랜드에서는 신명나는 축제에 비가 걸림돌이 되지 않음을 영화 속 장면들을 통해 속속들이 확인할 수 있다.

하룻밤, 텐트의 추억

장면#6.

아이리시 전통음악 축제인 ‘플라키올’이 열렸던 툴라모어는 축제를 즐기러 온 사람들로 차고 넘쳤다. 도시의 모든 호스텔과 B&B, 호텔은 모두 동이 난 상태. 자칫 노숙이라도 해야 할 긴급상황에서 영화팀은 결국 그날 밤, 고민 끝에 할인점에서 텐트를 사 캠핑촌으로 향했다. 그때만 해도 어린 시절 야영의 추억을 되새기며 들뜬 채로 말이다.

흔히들 아일랜드의 날씨를 말할 때 하루에 사계절이 모두 담겨 있다고 말한다. 그 말은 밤이 되면 곧 겨울이 된다는 뜻이었다. 그날 밤, 캠핑촌으로 간 영화팀은 태어나 가장 추운 8월의 밤을 보내야 했다고 한다. 그러나 주변에서 밤새 울려퍼지는 기타 반주에 곁들어진 아이리시 음악들로 외롭지 않은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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