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웬디와 루시

Wendy and Lucy

2008 미국

드라마 상영시간 : 80분

누적관객 : 343명

감독 : 켈리 라이카트

출연 : 미셸 윌리엄스(웬디) 월리 달튼(경비) more

  • 네티즌7.00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 알래스카로 가던 웬디는
오리곤에 잠시 들러 자신의 개 루시에게 줄 음식을 얻으려고 한다.
웬디는 의도치않게 지역 법에 저촉되는 문제를 일으킨다.
재판소로 가기 위해 우회하던 웬디는 루시가 사라졌음을 알게 된다.
<웬디와 루시>는 기르던 개를 잃어버린 여자에 관한 소동극이 아니다.
영화는 가진 것 없는 사람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가혹한 현실에 대해 치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켈리 리차드 감독은 전작 <오래된 기쁨>에서
자유를 얻기 위해 현실에서 치뤄야 하는 진정한 대가와
단조로운 일상의 조심스러운 면면을 그려낸 바 있다.
웬디가 이방인들의 친절함에 의지하게 될 때,
작은 행동들은 커다란 의미를 지니게 된다.
지나친 감정과잉에 빠지지 않으면서
영화는 가슴 저미고 따뜻한 순간을 선사한다.
감독은 전작에 이어서 다시 한 번 절대 빈곤과 슬픔의 궁지에 몰린
미국의 주변부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more

별점주기

0
리뷰 남기기

포토 (6)


제작 노트
웬디 캐롤 은 88년형 혼다 어코드, 그리고 아마도 사냥개와 리트리버의 혼종인 듯 보이는 개, 루시와 함께 알라스카로 향하는 중이다. 알라스카 생선 통조림 공장에서 돈을 벌기위해서다. 웬디는 먼거리를 주행해왔고 또한 먼거리를 주행해야한다. 그런데 오리건에서 그녀의 차는 시동이 멈춘다. 설상가상으로 대형마트에서 강아지 사료를 훔치던 그녀는 경찰에 연행되고, 그 사이 사랑하는 루시는 없어지고 만다.
제목이 암시하는 것처럼, 이 영화는 웬디와 루시가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는 이야기다. 줄거리랄 것도 딱히 없고 발생하는 사건들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범위 안에 놓여 있으며 이렇다 할 반전은 더더욱 없다. 하지만 이 영화가 내장한 도전의식과 우리에게 던져주는 신선함은 만만치 않다. <웬디와 루시>는 아주 나지막한 음성으로 오늘날의 제국, 미국의 가장자리를 드러낸다. 매일매일 달려온 거리와 사용한 돈, 그리고 달려갈 거리와 남은 돈을 꼼꼼히 기록하는 루시는 차에서 새우잠을 자고 주차장 화장실에서 몸을 씻는다. 빈병을 수집해와 돈으로 바꿔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의 행렬은 할리우드 주류영화들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다. 야외에서 집단 거주하는 노동계급 젊은이들과 패배주의에 휩싸여 웬디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남자는, 1960년대 정치적 이슈와 그에 대한 참여 의지로 거리에 나왔던 히피들과는 다르다.
<웬디와 루시>는 이렇게 웬디의 궤적을 통해서 미국이 주도한 신자유주의가 만들어낸 양극화의 한축, 그 응달을 응시하는 것이다. 자본주의와 테크놀로지의 발전에 기반해 세팅된 사회제반시스템은 핸드폰과 승용차의 소유를 전제하고 있으며, 모든 절차에는 반드시 비용이 뒤따른다. 이러한 풍경 속에서 “누구에게나 룰은 공평하게 적용되어야한다”고 웬디를 고발한 후, 단순히 “식량의 문제가 아니라 본보기를 설정하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점원의 민주주의적 주장은 무척이나 공허하게 들린다. 웬디의 손에 6달러를 쥐어주는 안전요원의 선의는 오늘날 동정과 자비의 한계점을 날카롭게 가리키고 있다. 어렵게 찾은 루시에게 “돈을 벌어서 다시 오겠다”고 안녕을 고하는 웬디는 어쩌면 생애 처음으로 자신의 몸과 마음을 현실과 맞추게 되었을 것이다. 현실감을 높여주는 거친 입자의 화면에 서정성을 풍부히 녹여낸 <웬디와 루시>는 초기 미국독립영화의 미덕을 고스란히 살려낸 작품이다. 이안 감독의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히스 레저의 부인으로 등장했던 미셸 윌리암스가 주인공인 웬디 역할을 맡았다.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