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딧 타이틀이 제시되는 동안 “한잔 더!”를 한 20번쯤 외치며 술을 퍼마시던 남자는 더 이상 술을 줄 수 없다는 바텐더의 말에 유리잔을 깨뜨려 씹는다. 그는 퇴락한 마술사 프란시스. 그에겐 10살 된 아들이 있다. 알코올중독으로 망가진 삶을 살던 그가 다시 무대에 설 용기를 낸 것도 아들 때문이다. 그 후 두 부자에게 일어난 모든 일은 극악한 세상이 빈자들에게 흔히 드러내는 악마적 얼굴에서 나온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가슴을 에는 이 영화의 슬픔이 덜어지는 것은 아니다.
<내 곁에 있어 줘>의 감독 에릭 쿠는 이틀 만에 쓴 시나리오로 실제 마술사인 바스코 프란시스를 데리고 12일 만에 이 영화를 찍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잔 씹기, 불 먹기, 쇠꼬챙이로 혀뚫기 등의 (엽기적인 차력술에 가까운) 마술은 모두 바스코가 직접 해냈다. 이 사실들도 놀랍지만 그 모든 걸 통틀어 가장 경이로운 순간은 마지막에 온다. 홀로 남은 아이에게 살아갈 힘을 주는 환상 시퀀스, 그것은 이 영화의 진짜 마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