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바라 해머는 1960년대 미국 아방가르드 예술 영화의 충만한 기운 속에서 영화를 시작했고 당시의 이러한 전위적인 기운은 약 40년이 넘는 그녀의 작가적 여정에 깊이 스며들어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제주도 해녀>는 바바라 해머의 영화들에서 지극히 예외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해머는 꽤 오랫 동안 제주도의 토속적인 해녀라는 여성 주체에 관심을 가져왔으며 그 관심은 해녀가 거친 바다와 맞서 싸우는 독립적인 존재라는, 세계에서 전무후무한 여성의 삶의 양식을 갖고 있다는 데에서 연유한다. <제주도 해녀>는 자신과는 아무런 연고 없는 이들 해녀들과 레즈비언 영화감독인 자신이 모두 가부장제가 요구하는 여성의 역할과는 거리가 먼 독립적인 여성의 삶의 양식 및 주체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동질감을 느꼈던 바바라 해머의 해녀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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