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고 로가스 형사(리노 벤추라)는 우연히 한 검사의 의문의 살인 사건에 대한 조사를 맡게 된다. 이후 연쇄적으로 저명한 판사들이 살해를 당하게 되는데 그럴수록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로가스 형사는 수사를 더 진행하면서 이 사건의 배후에 거대한 이탈리아 공산당 정계와 군부 실세들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음을 알게 된다. 더불어 앞서 일어난 살인 사건들이 사실은 거대한 빙산의 일각일 뿐임을 직감하게 된다. 그렇게 로가스 형사는 거대한 음모 속으로 점점 빠져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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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의식을 장르영화 속에 잘 녹여 넣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던 프란체스코 로지 감독의 또 다른 걸작 중 하나다. 1960-70년대 부패한 이탈리아 상층부의 음울한 분위기와 침체된 사회 분위기를 묵직하게 잘 그려내고 있다. 더불어 사건을 조사해 나가면서 점점 실존의 문제로 빠져드는 로가스 형사를 통해 조직 속의 개인이라는 정체성의 문제까지 깊이 건드리고 있다. <고귀한 희생>은 ‘사회파 장르영화’의 모범답안이라 할 만하다.
감상 포인트
역사적으로 필름누아르 장르를 꽃피운 나라는 미국과 프랑스뿐이다. 여기에 더 보탠다면 야쿠자 장르의 일본과 무협영화와 결합한 형태의 홍콩 누아르가 형성됐던 홍콩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프란체스코 로지 역시 그에 못지않다. 비록 로베르토 로셀리니나 비토리오 데시카 등 다른 작가 감독들에 의해 덜 인정받긴 했지만, 로지 역시 누아르 장르에 일가견이 있는 감독이었다. 바로 <고귀한 희생>은 바로 그의 누아르적 감성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작품이다. 시대의 암울한 공기를 필름누아르의 음습한 어두움으로 치환하는 솜씨는 미국와 프랑스 외에도 또 하나의 새로운 누아르의 영토가 있었음을 증거한다. 더불어 바로 그 프랑스 누아르 영화의 대표적인 얼굴이었던 리노 벤추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현금에 손대지 마라>(1954), <사형대의 엘리베이터>(1957) 등 형사, 범죄, 스릴러 등 필름누아르의 단골 배우였다.